벤저민 프랭클린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로 ‘죽음’과 ‘세금’을 꼽았다. 죽음만큼이나 피하고 싶지만, 반드시 감당해야 하는 것이 세금이라는 의미다. 최근 국내 주택 보유자들에게는 그 부담이 어느 때보다 무거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부동산 세제에 큰 변화가 예고된 상태다. 우선 5월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재개된다. 6·3 지방선거가 끝나면 다른 부동산 세금도 강화될 전망이다. 비거주 1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를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손볼 가능성이 있다.
주택 보유자, 그중에서도 중장년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양도소득세와 증여·상속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는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관련한 문의가 4~5배 증가했다”며 “주택 처분을 고민할 때 세금만 볼 게 아니라 입지와 장기보유 가능 여부 등 자산 전략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노후에 전략 없이 부동산 팔았다가 매매 대금의 70%를 세금으로 낸 사례도 있다”며 “세금 때문에 이혼까지 한다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만, 현장에서는 실제로 그런 선택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들을 여럿 마주하곤 한다”고 했다.
◇중과 시행하면 매물 잠김 생길 수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기가 얼마 안 남았네요.
“양도세가 복잡해요. 주택이 여러 채 있다고 다 중과 대상이 되는 건 아니에요. 예컨대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지방 주택, 조정대상지역 내 일반주택 1채 보유자가 갖고 있는 장기임대주택(요건 충족 시)은 주택 수 계산할 때 빠집니다. 직접 규정을 뒤지든, 세무사한테 물어보든, 집을 빨리 내놓을지 말지를 개인이 판단해야 하는 거예요. 기한은 다가오는데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요.”
-매물을 유도해 집값을 떨어뜨리려는 거 아닙니까.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좀 더 줘야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부가 내부적으로 방침을 세웠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발표했어야죠.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세입자 있는 집을 팔려면 여러 경우의 수가 맞아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무주택자에게 팔아야 하는데, 대출 규제 때문에 매수인이 자금 조달 능력이 있어야 하고, 이사 날짜도 맞춰야 하고…. 기한 안에 팔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어요. 압박만 할 게 아니라 집을 팔도록 제도적으로 숨통을 틔워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중과가 시행되면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매물 잠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봐요. 다주택자 입장에선 팔면 세금이 많이 나오니까 절세 측면에서는 증여를 고민할 겁니다. 집을 팔 때 중과된 양도세를 내고, 현금을 갖고 있다 상속하면 또 상속세가 발생하니까요. 증여한 집은 시장에 바로 나오지 않습니다.”
안 대표는 “지난 20~25년 사이 국민소득은 약 4배, 부동산 가격은 3~10배 이상 올랐는데 현행 상속세와 증여세 과세표준과 세율은 2000년에 마련한 골격이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세금 부담이 커졌다는 건가요.
“주택 가격이 대략 10억원 정도 넘으면 상속세 대상이 됩니다. 지금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12억원입니다.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 상속세·증여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GDP 대비 상속세 비율은 최상위권입니다. ‘자식에게 복수하려면 빌딩 남겨놓고 대책 없이 그냥 죽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어요.”
◇초등학교 6학년 겨울에 가출
안 대표는 전남 함평 출신이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 그는 가출해서 상경했다. 입학을 앞둔 중학교의 신입생 배치 고사에서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하고 나서였다. 그는 “자존심이 상했고, 어린 마음에 상처가 컸다”며 “중학교 등록금을 들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어떻게 지냈나요.
“구두닦이 찍새를 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고향 어른한테 붙잡힐 때까지 3개월 동안이요. 그때 배운 게 많았습니다. 구두를 벗어주는데 세 가지 유형이 있었어요. 발에 걸친 상태에서 휙 던져 주는 사람, 구두를 바닥에 놓고 벗은 뒤 툭 차서 주는 사람, 벗은 구두를 손으로 들어 건네주는 사람. 구두 닦는 형한테 갖다 주면서 구두약을 몇 번 칠할지 얘기할 재량권이 있었어요. 던진 사람 거는 한 번, 손으로 건네준 사람 거는 세 번…. 사람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는 스스로 결정한다는 걸 깨달았죠.”
대학 진학도 뜻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탓에 재수를 포기하고 9급 세무직 공무원 시험을 쳐 붙었다. 1977년 국세청에 들어가 1년간 근무한 후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하니 연배는 아래인데 급수가 높은 직원이 꽤 있었다. 그는 7급 공채 시험을 봐 합격했다. 1990년 세무 공무원을 그만두고 광명에 세무사 사무실을 열었다. 하안동 일대에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던 때였다. 그는 “당시 딱지 거래가 많았는데 매도자와 매수자가 양도세 때문에 싸우는 게 다반사였다”며 “보유기간·단지별·평형별·층별 기준으로 세액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더니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몰려왔다”고 했다.
-‘양포세(양도세가 너무 복잡해 포기한 세무사)’도 많은데, 양도세 달인이 된 비결은 무엇인가요.
“남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느낄 수 있어야 좋은 직업인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고민하다 보면 방법이 나와요. 그리고 현장에 답이 있어요. 자식에게 부동산을 증여했는데 임야에 세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고객이 있었어요. 직접 땅을 보러 가봤죠. 그런데 밤나무가 심어져 있는 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과수원은 임야가 아니라 농지로 보거든요. 불복 청구를 통해 임야에 대한 세금 부과가 취소됐습니다.”
◇증여와 상속은 감정의 문제
과세표준과 세율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어떤 구조와 순서로 절세 전략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세금 차이가 클 수 있다는 게 안 대표 설명이다.
-무슨 말씀이죠?
“예를 들어볼게요. 상가와 주택이 함께 있는 겸용 주택을 자식들에게 지분으로 넘겨주면 각각 주택과 상가를 물려받게 돼요. 주택이 이미 한 채 있는 자식은 2주택이 돼 세금 문제가 복잡해지죠. 이런 해결책을 제시했어요. 층별로 따로 등기를 해서 주택은 무주택자인 자식에게 주고 상가는 이미 주택이 있는 자식에게 넘기는 식으로요.”
-세금 때문에 이혼 위기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요.
“살고 있던 집을 파는 과정에서 난리가 난 부부였어요. 남편 분이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시골 주택 한 채가 있었어요. 남편은 시골집 때문에 2주택 중과세 대상이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는데 아내 분이 상속 주택은 중과세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매매 계약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세무서에서 상속 주택 특례 적용이 안 된다고 연락이 왔답니다. 아내가 관련 조항을 절반만 알고 있었던 거예요. 남편은 형이 하나 있는데, 아버지가 형제에게 한 채씩 물려줬어요. 특례는 한 채에만 적용이 됩니다. 상속해준 사람이 오래 보유한 게 대상이죠. 남편이 물려받은 집이 등기상으로 아버지의 보유 기간이 짧았습니다. 판 집에 중과세가 적용돼 세금이 꽤 나왔어요.”
-어떻게 됐어요?
“알고 보니 이 집은 아버지가 오래전부터 고향에 보유하고 있던 집을 허물고 다시 지은 거였더라고요. 등기부에 제대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던 거죠. 이런 경우 아버지가 처음 집을 취득한 시기부터 따지는데, 형이 물려받은 집보다 아버지의 보유 기간이 더 길었어요. 결국 중과세 대상에서 빠졌죠.”
그는 “증여와 상속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남은 가족들의 갈등과 서운함이 폭발하는 ‘감정의 문제’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감정의 문제라고요?
“세 자매가 있었는데요, 상속 재산을 놓고 큰딸이 막내한테는 양보하는데 손아래 동생한테는 아주 깐깐한 거예요. 큰딸한테 왜 그러느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동생이 태어나면서 자신이 불행해졌다는 거예요. 동생이 예쁘고 공부도 잘해서 부모님 사랑을 독차지했다고요. 어렸을 때 감정이 상속 문제까지 영향을 미친 거죠. 아들 둘, 그리고 사위가 있는 집 얘기인데요. 딸은 죽었고요. 아버지가 사위만 빼놓고 사전 증여를 했어요. 딸이 죽은 뒤 사위한테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재산을 노리고 재혼을 안 한다는 생각에 아버지가 화가 난 거죠. 그랬는데 장인 사망 후 사위가 유류분 청구소송을 걸었어요. 사위가 재혼하지 않는 이상 딸의 상속권을 이어받으니까요.”
-증여·상속의 원칙이 있다면요.
“플랜은 미리 짜는 게 좋습니다. 공정하게 나눠야 합니다. 생전에 증여하면 자식이 부모에게 소홀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들 경우 단계적·조건부로 증여하는 방법도 있어요. 물려줄 재산이 있다면 60대에 3분의 1을 증여하고 70대에 3분의 1을 처분하고 나머지는 노후까지 좀 갖고 가는 게 좋다는 설명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