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피시앤칩스 가게 '락 앤 솔 플레이스'./인스타그램

‘영국 음식이 맛없다’는 건 전 세계적으로 정설처럼 여겨진다. 실제 그럴까.

최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브리티시 테이블의 밤’ 행사에서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는 “영국 음식을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분들의 오해”라고 말했다. 크룩스 대사는 이런 오해가 생긴 원인으로 전후 식량 배급제와 영국인 특유의 겸손을 꼽았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식량이 부족해지자 정부가 배급제를 실시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맛없고 희멀건 음식을 먹던 기간이 있었다. 또한 자국 음식을 열렬히 홍보하는 유럽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달리, 영국인들은 오히려 자신들 음식을 낮춰 얘기하면서 ‘맛없다’는 게 사실처럼 굳어진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크룩스 대사는 주한 외국 대사 중 최고의 지한파로 꼽힌다. 그는 자유 진영에서는 유일하게 남북한 양쪽 대사를 지냈다. 아내도 한국인이다. 스스로를 “안동(아내의 고향)의 사위”라 칭한다. 그는 “영국 치즈와 진(gin), 와인을 한국에 더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영국은 치즈 강국”이라며 “영국 치즈의 역사는 1000년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체다(Cheddar)와 스틸턴(Stilton)처럼 세계적으로 이름난 치즈 외에도 700여 종이 영국 전역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진은 많은 칵테일의 기본이 되는 증류주로, 영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다양하고 품질 높은 진을 생산·수출하는 나라다.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크룩스 대사는 “잉글랜드 남부 지역에 최근 와이너리가 늘고 있는데, 특히 스파클링 와인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 생산되는 뛰어난 위스키 말고 와인도 맛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영국 음식에 대해 설명하는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왼쪽)와 강레오 셰프./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 행사에는 영국에서 요리를 배우고 수련한 스타 셰프 강레오씨도 참여했다. 강 셰프는 “런던은 세계적 미식 도시”라며 “남의 음식에 대한 열린 마음과 뛰어난 식자재가 그 바탕이 됐다”고 했다. 강 셰프는 “유럽에서는 자기 나라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타국 음식을 깎아내리는 이들도 있지만, 영국인은 다양한 음식 문화를 받아들일 줄 안다”며 “영국은 농업 선진국으로 중세부터 목축업이 발달했고, 첨단 과학으로 농업을 발전시켜 온 덕분에 식당들이 신선한 식재료를 빠르게 납품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룩스 대사는 “영국은 오로지 먹기 위해 방문하기에도 충분한 여행지”라며 로스트 비프(Roast Beef)와 비프 웰링턴(Beef Wellington)을 추천했다. 고깃덩이를 직화로 굽는 로스트 조리법은 영국이 원조라고 했다. 비프 웰링턴은 부드러운 소 안심을 베이컨·햄·다진 버섯 등과 함께 페이스트리로 감싸 오븐에 구운 고급 요리다.

“로스트 비프와 비프 웰링턴은 ‘요크셔 푸딩(Yorkshire Pudding)’을 곁들이는 게 ‘국룰’입니다.” 요크셔 푸딩은 달콤한 푸딩이 아니라 바삭하면서도 폭신한 빵의 일종으로, 로스트 비프와 비프 웰링턴에서 흘러나오는 육즙을 찍어 먹으면 기막히다.

피시앤칩스(Fish and Chips)는 외국 여행객이 가장 쉽게 맛볼 수 있는 영국의 국민 음식이다. 크룩스 대사는 “피시앤칩스를 제대로 먹으려면 주문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피시앤칩스 가게에 들어가면 손님한테 코드(cod·대구)와 해덕(haddock) 중 뭘로 하겠는지 묻는다. 둘 다 흰살 생선이고 맛도 비슷하지만, 코드가 조금 더 단단하고 담백한 반면 해덕은 조금 더 달고 살이 부드럽다. 식초와 소금을 뿌려 먹는 게 정석. 케첩이나 커리, 타타르 소스를 뿌려 먹기도 한다. 대개 완두콩을 푹 끓인 ‘머시피(Mushy Peas)’를 곁들인다.

그는 “음료로 ‘댄들라이언 앤 버덕(Dandelion and Burdock)’을 주문하면 ‘뭘 좀 아네’라며 깜짝 놀랄 것”이라며 “민들레(dandelion)와 우엉(burdock)을 발효해 만든 탄산음료로, 영국에서 중세 때부터 마셔왔다”고 했다. 강 셰프는 “핼리벗(halibut·넙치)이라고 해서 우리로 치면 광어나 존도리(John Dory·달고기), 굴 같은 고급 어패류를 쓰고, 맥주나 탄산음료 대신 샴페인을 곁들여 마시기도 하는 등 피시앤칩스가 트렌디해지고 고급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영국 음식에 대한 오해를 푸는 크룩스 대사와 강 셰프의 토크쇼와 함께 피시앤칩스는 물론 코티지파이·애플크럼블·스콘 등 영국 대표 음식을 선보이는 뷔페도 함께 마련됐다.

‘브리티시 테이블의 밤’에서는 스콘 등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도 선보였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