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 이번 중동 전쟁을 거치며 사람들은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온 것들이 실은 그냥 주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위키피디아

욕망에도 디톡스(detox)가 필요하다. 끊임없이 욕심을 덜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팀 페리스는 때마다 자신을 궁핍한 상황으로 몰아넣는다고 한다. 일주일을 50달러로만 살며 맛없는 음식을 먹고 초라한 옷을 입고 지내는 식이다. 왜 이렇게 할까? “우리가 짜릿한 쾌락을 차지하는 순간, 쾌락이 되레 우리를 삼켜 버린다. 즐거움을 더 많이 누리려 할수록 우리가 섬겨야 할 주인만 더 많아질 뿐이다.” 스토아 철학자인 세네카의 충고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겁도 많아진다. 잃을 것이 늘어나는 탓이다. 탐욕에 휘둘릴 때도 마음은 조급하고 불안해진다. 그래서 유혹에 쉽게 흔들려서 어리석은 판단을 하곤 한다.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면 부를 쌓고 명성이 높아져도 행복해지기 어려운 이유다. 선진국의 시민들은 전기나 수돗물, 난방 등을 당연하게 여긴다. 오랫동안 누렸기에 공기나 햇볕처럼 삶에 익숙해져 버린 까닭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를 겪는 지금에서야 사람들은 이 모두가 그냥 주어지지 않았음을 느낀다. 궁핍이 몸에 밴 이들은 다르다. 이들에게는 좀처럼 이 모두를 앗아가겠다는 협박이 먹히지 않을 테다.

이쯤 되면 왜 팀 페리스가 스스로 ‘빈곤 체험’을 되풀이하는지 이해가 될 듯싶다. 스토아 철학의 실천가인 조지 브래들리에 따르면, 없이 살아볼 때 우리는 두 가지를 깨닫게 된다. 첫째, 내가 누리는 것들에 대한 감사다. 진정 소중하고 절실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은 사라졌을 때에야 비로소 드러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비싼 옷과 좋은 차가 없어도 삶은 굴러간다. 소박함과 친해지면 욕망을 끝없이 부추기는 시장의 소음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된다.

그래서 스토아 철학자들은 줄곧 아파테이아(apatheia), 즉 평정한 마음을 가꾸려 애썼다. 욕심을 다스릴 줄 알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나아가, 평안한 정신은 헛된 바람에 흔들리지 않기에 제대로 판단을 내리며 삶을 올곧게 이끈다. 사실, 평정심을 가꾸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다. 조지 브래들리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일러준다.

사람들과 부대끼는 치열한 일상은 평정심을 가꾸는 더없이 훌륭한 훈련장이다. 편안한 상태에서 정신의 근력이 강해지리라 기대하지 말라. 무거운 역기를 들어야 근육이 자라나지 않던가. 치미는 짜증과 분노, 실망과 좌절은 우리가 마음을 수련할 기회이다. 감정이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지 말고 이를 바람직한 쪽으로 이끌어 보라.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써 노력하라는 뜻이다.

먼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가려 보라. 노력한다고 해도 세상일이 꼭 뜻대로만 풀려가지 않는다. 예컨대, 열심히 애써도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할 수 있다. 반면, 폐활량과 지구력을 늘리기 위해 꾸준히 운동할지 말지는 나에게 달려 있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결과에 대한 기대를 접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라. 이럴 때 불안과 고민은 빠르게 잦아든다.

이는 동양의 예(禮)하고도 통하는 데가 있다. 얼굴을 맞대기도 싫은 사람이 있다면 어찌해야 할까? 관계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신경 쓰면 된다. 상대가 받아주건 말건, 예의를 갖춰 인사를 건네야 한다. 그리고 격식 있고 사려 깊게 처신하라. 여전히 상대방이 무례하게 군다 해도 상관없다. 이는 내가 어쩌지 못하는 부분인 탓이다. 상대를 좋아하려 애쓸 필요도 없다. 노력한다 해서 감정이 쉽게 찾아들지도 않는 까닭이다. 다만, 나는 노력으로 사회생활에서 마땅히 갖춰야 할 예의를 얼마든지 갖출 수 있다. 이런 자세로 꾸준히 살아갈 때 내 마음도 점점 단단해진다. 브래들리는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이렇게 되물어보라고 조언한다. “내가 이런 일로 꼭 좌절할 필요가 있나?” 거세게 이는 폭풍을 내가 어쩔 도리는 없다. 그러나 우산을 쓰고 비옷을 입을지는 나에게 달려 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고난과 슬픔을 ‘우주의 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로 여긴다. 내가 지닌 미덕들은 힘든 순간에 비로소 피어난다. 평화로울 때는 누가 용기 있는지 알기 어렵다. 오래 다져진 담대함은 위기 상황에 닥쳐서야 비로소 빛날 터다. 풍요의 시기에는 절제와 절약으로 다듬어진 삶의 태도가 구차해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형편이 어려워졌을 때 인내로 다져진 미덕들은 삶을 헤쳐갈 무기가 된다. 따라서 스토아 철학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좇지 말라고 가르친다. 눈앞에 닥친 어려움들은 나의 정신을 강하게 만들 좋은 기회다. 그러니 불행한 운명과 말다툼하지 말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평정심을 가꾸려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세상이 점점 혼돈에 빠져드는 듯한 요즘이다. 오랜 평화도, 우리가 누리는 풍요도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두는 우리가 강하고 좋은 정신과 인품을 갖추게 하는 훈련 기회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평정심을 갖추라는 스토아 철학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