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카톡을 열어보니, 밤새 들어온 여러 글 가운데 한 사연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오전 7시 수산그룹 엔지니어 11명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향해 떠났다는 소식입니다. 수산그룹 정석현 회장이 인천공항에 나가 그들을 배웅하고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찍은 사진과 함께 그 연유를 소개하며 올린 글입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여파가 중동의 다른 나라에도 미쳐 안전이 위협을 받고 항공편이 끊겨 우리 국민의 귀국이 어려운 상황에서 거꾸로 전쟁에 휩쓸리고 있는 UAE로 떠난 것입니다. 비행편은 이례적으로 한국 여행객들의 귀국을 돕기 위해 UAE 정부가 편성한 특별기의 귀환편입니다. 이들은 4월 3일부터 시작되는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2호기 3차 계획예방정비(O/H) 공사 사전 준비를 위해 먼저 떠나는 선발대입니다. 약정된 공기 내에 공사를 완료하기 위해 부득이합니다. 바라카 원전은 2009년 대한민국이 해외에서 처음으로 수주한 원전 프로젝트로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입증한 사업입니다. 그에 이은 이번 사업은 다방면에 걸쳐 협력 관계가 확장되고 있는 대한민국과 UAE 사이의 신뢰를 상징하는 사업입니다. 세계가 한국의 신의와 역량을 지켜볼 것이고, 이는 우리나라의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정 회장은 이런 때일수록 고객과의 약속을 더 확실히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당당하게 현지로 향하는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연을 읽는 순간 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먼저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을 방문한 일입니다. 아부다비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페르시아만을 좌우로 바라보며 날아가 한창 건설 중인 거대한 원자력발전소를 만났을 때 가슴에 밀려오는 벅찬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뙤약볕 아래 고국의 총리가 온다고 정렬해서 환영하던 모습에 미안하고 당황해 고맙다는 짧은 인사로 행사를 단축해 마무리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원래 원전 수주전은 사실상 프랑스로 기울어 있었으나 우리나라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뛰어난 건설 실력과 기술력을 내세우며 끝까지 설득하여 상황을 반전시켰습니다. 그 후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자신은 솔직히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관심도 적었는데 UAE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에 패하고, 동계 올림픽 유치전에서 프랑스 안시가 한국 평창에 패하면서 한국을 달리 보고 공부하게 되었다고 웃으며 양국 간 협력 관계를 넓혀 가고 싶다고 말한 것도 생각납니다.
다음으로 떠오른 것은 2011년 페루의 산간벽지에 수자원 공사를 수주해 그 공사를 위한 준비 출장에 나섰다가 헬리콥터가 추락하는 바람에 7명의 해외 건설 역군이 사망한 사고입니다. 정부와 업계는 대한상공회의소에 빈소를 마련하고 정중히 장례를 치렀습니다. 그 후 개최된 ‘2012 해외 건설 플랜트의 날’ 행사에서는 희생자에게 훈장을 추서했습니다. 해외 건설 수주 누계 5000억달러 달성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그해 한 해 건설 수주액이 70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훈장을 받는 이는 그들의 어린 자녀들이었습니다. 식장에서 훈장을 전달하는데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어서 기념사를 시작하려니 눈물이 맺히고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가까스로 평정심을 되찾아 기념사를 마쳤지만 이를 알아챈 기자가 ‘총리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습니다. “총리의 눈물 섞인 진정성에 참석한 건설 인사들은 함께 목이 멘 듯했다”며.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해외 건설에 뛰어든 것은 1965년 태국 고속도로 공사였습니다. 그 후 47년 만인 2012년 수주 누계 5000억달러를 달성했고, 그 후 12년 만인 2024년 1조달러를 달성했습니다. 2024년도 대한민국 수출 품목 중 해외 건설 수주는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은 세 번째로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그동안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가족과 떨어져 오로지 나라와 가족을 위해 피땀을 흘린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런 과정을 거쳐 발전해 온 나라, 온 힘을 다해 지켜나가야 할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