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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꽃은 봄의 동의어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겨울 끝에서 피어나는 꽃은 부활과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봄이 되면 자연스레 꽃 향기가 나는 향수를 찾는다.

향수의 원료로 사용되는 플로럴(floral·꽃) 계열 향은 공기 속에서 빠르게 퍼지는 경우가 많다. 목련과 라일락에서 느껴지는 리날룰, 장미 향의 핵심 성분인 게라니올과 시트로넬롤 같은 분자들이다. 봄 공기처럼 가볍고 확산이 빠르기 때문에 꽃 향은 심리적으로 ‘환기된 공기’와 같은 느낌을 만든다. 겨울 동안 닫혀 있던 감각을 열어주는 것이다.

봄이면 자연스럽게 플로럴 향수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자연과의 연결감이다. 도시 생활 속에서 우리는 실제 꽃 향을 맡을 기회가 많지 않다. 향수는 자연을 몸에 입는 방식이 된다. 프리지어 향을 뿌리면 봄 정원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라일락 향을 맡으면 따뜻한 햇빛이 스며드는 풍경을 상상하게 된다.

꽃향기는 실제로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미국 럿거스 대학 행동과학연구팀은 꽃을 받으면 곧바로 긍정적 감정이 증가하고 사회적 친밀감이 높아진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장미 향을 맡은 실험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감소하고 자율신경이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가벼운 플로럴 향이 긴장을 완화하고 기분을 환기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들도 있다.

봄 향수에서 특히 사랑받는 꽃들이 있다. 프리지어는 초봄을 알리는 꽃이다. 향은 맑고 깨끗하며 갓 피어난 풀꽃 같은 싱그러움을 머금고 있다. 비누처럼 은은한 달콤함이 있다. 프리지어 향수는 ‘새로운 시작’을 표현하는 향으로 쓰인다. 매그놀리아(목련)는 크림처럼 부드럽고 고소하면서도 레몬 같은 상큼한 향을 품고 있다. 라일락은 가루처럼 부드럽게 흩어지는 파우더리(powdery)한 향이 특징이다. 라일락 향이 들어간 향수병의 뚜껑을 여는 순간 봄이 말을 건네듯 봄 공기와 잘 어울린다. 장미는 향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꽃으로, 장미 향은 사랑의 상징이자 감정을 부드럽게 정돈하는 향이기도 하다.

봄 향수의 핵심은 밝기다. 겨울 향이 묵직하고 따뜻함을 주는 향이라면, 봄 향수는 산뜻하고 가볍다. 대신 지속력이 약하다. 꽃이 찰나에 피고 지듯, 봄 향수는 뿌린 후 순간을 최대한 만끽하길 권한다. 분사 후 첫 한 시간을 풍성하게 즐기는 것이다. 지속력이 긴 향수가 반드시 좋은 향수는 아니다. 향수는 계절을 몸으로 경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