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렌털 서비스?”
이상한 말이었지만, 그건 그녀가 완벽하게 원하는 것이었다. 회사까지 그만두고 유튜버로 전향했지만 3년째 지지부진하게 저축해 놓은 돈만 까먹고 있던 리나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이었다. 그녀는 벌써 몇 달째 영상 업로드를 멈춘 상태였다. 올려 봤자 조회 수도 안 나오는 데다 번아웃까지 겹쳤으니까. 겨우 정신 차리고 마지막으로 심기일전하기로 다짐하자마자 우연히 희한한 광고를 보게 된 것이다.
가짜 아기 렌털 서비스. 월 200만원을 결제하면 갓난아기를 제작해 빌려준다는 것이다. 눈동자부터 발가락, 심지어 숨소리까지 실제 인간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진짜 같은 가짜. “그래! 출산 콘텐츠로 복귀하자. 지난 몇 달간 공백을 설명하기도 좋고, 육아 관련 영상도 많이 뽑을 수 있겠다. 타이밍 끝내주는군.” 흥분한 리나는 하늘이 준 기회라 믿었고, 덜컥 서비스를 결제했다. 며칠 뒤,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본 리나는 깜짝 놀랐다.
“헐, 왜 이렇게 리얼해?” 리나는 인형과 동봉된 설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인형은 회사의 모든 첨단 기술이 접합된 제품이었는데, 전용 앱으로 촬영하면 그 누구도 절대 가짜라는 걸 눈치챌 수 없다고 자신했다. 리나는 앱을 켠 뒤 카메라로 인형을 비춰봤다. “세상에….” 10초 남짓 영상을 찍어본 리나는 감탄했다. 진짜로 새근새근 숨 쉬고 있는 갓난아기였다. 그녀는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여러 동작을 해가며 영상을 촬영했다. 흔히 쓰이는 필터나 AI 영상처럼 흠잡을 곳이 있을지 체크해볼 심산이었다.
“미쳤네 진짜. 공간 휘어짐도 전혀 없잖아.” 완벽했다. 그녀는 계획했던 콘텐츠 촬영을 시작했다.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업로드를 못 해서 죄송해요. 사실은 제가 아기 엄마가 되었거든요.” 리나는 아기 인형을 품에 안고 눈물 연기를 시작했다. 미혼모가 된 사연, 이 아기를 꼭 건강히 키워낼 거란 맹세, 이 영상을 보고 있을 애 아빠를 향한 선전포고까지. 촬영본을 검토하던 리나는 감탄했다. 인형은 완벽하게 살아 있는, 배불리 젖을 먹은 뒤 곤히 잠든 아기 그 자체였으니까.
결과는 대박이었다. 아기는 귀여웠고, 그녀의 사연은 기구했으며, 도망간 애 아빠는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훌륭한 복귀 영상이 펼쳐진 거다. 리나는 아기에게 ‘진우’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진우 덕에 1년도 채 되지 않아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댓글 창에는 자칭 ‘진우 이모’ ‘진우 삼촌’으로 가득 찼다. 그들이 진우에게 후원한 과자 값만 해도 외제차 한 대를 사고 남을 정도였다. 광고는 또 어떤가?
“저희 진우가 제일 편안해하는 요람이에요. 살짝 흔들어주면 금세 잠든다니까요? 육아 자동 사냥이에요.” 아기 로션 광고까지 들어왔다. 말랑말랑한 살이 눌리는 질감까지도 진우는 완벽히 구현했다. 리나는 진우의 ‘성능’에 감탄했고, 렌털 비용이 300만원으로 인상됐을 때에도 순순히 받아들였다. 1년마다 인형을 회수해 1년 성장한 버전으로 교체해줬으니까. 이 정도로 힘써 준다면, 그깟 몇 백만원이 문제겠는가? 그 덕에 버는 수익이 얼만데.
그러나 팬이 늘면 안티팬도 늘기 마련이었다. “이번 팬 미팅 때 진우는 왜 또 안 나왔나요?” “사실 아픈 게 아닌 거 아냐?” “남의 애를 자기 애처럼 콘텐츠로 활용 중이라는 의혹이 있던데, 진짠가?” 의혹이 스멀스멀 퍼져 나갔다. 아기 머리 위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등 ‘가짜 엄마’의 여러 실수도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기가 인형일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실시간 브이로그 영상에서도 진우는 완벽하게 살아있는 아기였으니까. 고(高)퀄리티였으니까.
유일한 리스크는 나이였다.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새 진우가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가 됐을 때, 리나는 방송에서 말했다. “저는 진우를 홈스쿨링으로 키울 생각이에요.” 이제 의혹은 확신의 수준으로 발전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진우의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진우를 실물로 본 사람이 있긴 한가요?” “확실히 뭔가 있네요.” 댓글 창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뭐라도 인증하지 않으면 나락에 떨어질 것 같은 상황. 그때, 렌털 서비스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실제 아이를 렌털해드릴 수 있습니다.”
이 회사의 비밀은 놀라웠다. 그들의 기술이 그토록 감쪽같았던 이유? 실제 아이, 그러니까 ‘진짜 진우’를 실시간 모델링해 업데이트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 없는 아이들을 보육하는 ‘어둠의 사회적 기업’이 그 회사의 정체였다. “그 아이를 데려가 키우시죠. 진짜 엄마가 되는 겁니다. 그러면 고객님의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겁니다.” 또 한 번의 기회, 그러나 리나는 공포에 질려 펄쩍 뛰었다.
“미쳤어요? 저보고 수억 원의 사교육비와 20년 이상의 세월을 온전히 갈아 넣어야 하는 육아에 뛰어들라고요?” 그러다 곰곰이 생각하던 리나는 덧붙였다. “혹시 중간에 반품되나요?” 직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학교 폭력과 층간 소음 문제로 반품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 아니었다. 리나는 이제 ‘진짜 엄마’가 될 것이었다. 진우가 귀여울 때까지, 돈을 벌어올 수 있을 딱 그때까지만.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