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에 혼자 살던 80대 남성 A씨가 지난해 12월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엄밀히 말해 혼자는 아니었다. 열 살짜리 요크셔테리어 반려견 초롱이가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대략 칠순에 해당하는 초롱이는 졸지에 독거노견(獨居老犬)이 됐다. 곧 시(市) 보호소로 옮겨졌다. 입양 공고 후 10~20일 안에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될 운명. 다행히 소식을 접한 동물 구호 단체에 구조됐으니 운이 좋았다. 팅커벨프로젝트 황동열 대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독거노인이 늘면서 이런 일이 잦아졌다”며 “특히 노령견은 입양처를 찾기 힘들어 소리 없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애들이 연간 수백 마리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외로운 마지막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는 노인. 독거노인이 급격히 늘면서, 주인의 갑작스러운 변고로 반려견의 목숨도 위태로워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경기도 성남에 살던 70대 여성 B씨의 고독사 현장에도 시추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특수 청소 전문 업체 측이 집안을 정리하던 도중 발견했다. 고인의 사망 시점은 이미 한 달쯤 지난 뒤였고, 반려견은 아사(餓死)한 상태. 당시 해당 장소를 수습한 열정의청년들 이준희 대표는 “고인의 집에 방치된 반려견을 구조하고 기관에 인계하는 게 신규 업무가 됐다”며 “유족 측에 연락해도 ‘찝찝하다’는 이유로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키우던 사람의 죽음과 함께 이들의 목숨도 끝난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유일한 가족의 유기 아닌 유기. 초고령화 및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보호자 사후(死後) 반려견 처리를 놓고 사회적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2024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혼자 사는 65세 이상 1인 가구는 228만9000가구였다. 전년보다 7% 늘어 독거노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10%를 넘겼다. 이미 전 국민의 30%에 육박한 반려동물 양육 인구 증가세를 고려할 때, 이 같은 문제는 앞으로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주로 독거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에 의해 신고가 접수된다”며 “실무자들에게는 이미 심각한 고민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눈에 밟혀… 병원 입원도 거부

그래픽=송윤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강아지를 키우는 독거노인은 늘고 있다. 실제 통계상 65세 이상 고령층의 ‘외로움’ 응답 비율이 전 세대에서 가장 높은 상황에서, 반려동물과의 정서적 교감이 노인의 우울감 감소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자 일부 지자체는 반려견 무료 분양 정책을 펼치기도 했을 정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사회보장 차원의 개입과 방향성 검토’를 펴내 “전반적으로 취약 계층의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이 삶의 만족도를 제고시키기에 이에 대한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육 부담을 완화해 노인과 반려동물의 연결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래픽=송윤혜

그러나 보호 공백에 대한 대비책은 공백에 가깝다. 몇 달 전에도 “인천 중구에 혼자 사는 노인(지인)이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며 “반려견 두 마리가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돼 급히 보호자를 찾는다”는 게시글이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왔다. 긴급 상황에 처한 취약 계층의 반려동물을 최대 10일간 무료로 맡아주는 ‘우리 동네 펫(Pet) 위탁소’가 서울시에서 운영되고는 있지만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이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김성호 교수는 “집에 홀로 남겨질 반려견 때문에 몸이 아파도 병원 입원을 거부하는 노인도 상당수”라며 “반려견 보호를 노인 복지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기존 사회 복지 체계로 편입해 미리 현실적인 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으로 관리, 日 ‘펫 신탁’ 활발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된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개를 지키는 책' 표지. 이런 류의 도서가 현지에서는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옆 나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초고령사회에 한발 앞서 진입한 일본의 경우 이미 2012년 도쿄 동물애호상담센터로 이송된 반려동물의 40%가 주인의 사망이나 치매·입원으로 인한 경우였을 정도. 관련 자원봉사 단체가 등장했고, 보호자 없이도 반려동물의 말년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듬해 동물애호관리법 개정으로 주인에게 반려동물을 죽을 때까지 책임지도록 의무화하면서 여러 신사업이 출현했다. 그중 하나가 ‘펫 신탁’이다. 보호자가 살아생전 은행에 돈을 맡기고 추후 반려동물을 돌볼 새 부양자를 지정하면, 은행이 고객 사망 후 반려동물의 보호·관리를 위한 서비스 비용을 해당 부양자에게 지급하는 금융 상품이다. 돈만 받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신탁 감독인을 두는 등 안전망도 마련돼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당신의 죽음 이후에도 반려견·반려묘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본인 사후에도 안정적인 양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반려동물 후견제(後見制)’를 실제 사례와 엮어 설명한 책이다. ‘인간과 동물 공생 센터’ 의장을 맡고 있는 저자 오쿠다 준유키는 “지연·혈연이 약해진 요즘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는 보호자들로부터 상담 연락을 다수 받고 있다”며 “반려동물 후견은 초고령사회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메커니즘이기에 백신 접종처럼 당연시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한 독자는 “아직 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부터 생각해야 할 일”이라는 리뷰를 남겼다. “끝까지 책임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 두지 않기 위해…

이를 벤치마킹해 국내에도 반려견 신탁 상품이 등장하는 등 훈풍이 불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KB국민은행이 2021년 출시해 첫해에만 100억원 규모의 판매액을 기록한 ‘KB반려행복신탁’의 경우 본격적인 시장 확장의 신호탄으로 평가받기는 하나, 일본처럼 사료비나 병원비가 정해진 곳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지속적인 관리·감독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새 보호자(수익자)로부터 반려견의 건강 진단서 등을 제공받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관리 약속 이행 여부까지 체크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제한적이기는 해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10㎏ 미만 반려견 한 마리에 한해 국내 최초로 보호자와 동반 입소가 가능한 실버타운 ‘KB평창카운티’가 2023년 문을 열었고, 별관에 반려견 건물을 마련한 ‘벨라지오재활요양원’ 역시 이듬해 인천에 들어섰다. 보호 공백을 줄일 수 있는 공간이 조금씩 움트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올해 관내 요양 시설 입소자와 반려견 간 ‘만남의 날’ 행사 지원에 예산 3000만원을 배정했다. 동반 입소는 어려워도 만남의 통로는 열어 놓자는 취지다. 도청 관계자는 “요양원 어르신 중에 본인의 반려동물을 그리워하는 분이 많다 보니 최소한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주민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AI 반려견 로봇’을 보급하는 지자체도 생겨났다. 전라남도는 지난해 9월 고립형 독거노인 100세대에 강아지 형태의 돌봄 로봇을 나눠줬다. 챗GPT가 탑재돼 일상 소통이 가능하고 식사 시간이나 약 복용 시간도 챙겨주는 돌봄 파트너 역할을 한다. 주인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119와 즉시 연결돼 골든타임 내 대응에 효과적이라고. 관계자는 “반려견의 효능과 함께 관리 부담을 덜 수 있는 모델을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충전만 되면 언제고 살아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