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유현호

Q. 이혼 후 두 아들을 키우는 40대 아버지입니다. 전처와는 아이들 교육 방식과 경제적 가치관 차이로 갈라섰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키우고, 전처는 정해진 날에 양육비를 보내고 아이들을 만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절제와 규칙을 강조하는 편인데, 전처는 만날 때마다 비싼 선물을 사주고 밤늦게까지 놀게 둡니다. 그 뒤로 아이들은 “엄마랑 살고 싶어. 아빠는 너무 엄격해”라고 말합니다. 전처에게 상황을 얘기했지만 “만날 때라도 잘해주고 싶어 그런 건데 뭐가 문제냐”는 답뿐입니다. 이혼 후에도 계속되는 양육 방식 충돌로 아이들 마음까지 흔들리는 것 같아 고민입니다.

A. 그 어떤 부부도 동일한 가치관, 양육관, 경제관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양육관과 경제관이 같을 경우 부부 간 다툼은 덜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부모 모두가 아이에게 절제와 규칙만을 강조하거나, 반대로 충분한 통제 없이 원하는 것을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양육한다면 아이의 균형 잡힌 성장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절제와 규칙, 그리고 여유와 허용은 자녀에게 모두 필요합니다.

양육자로서 이 부부의 문제는 ‘양육 동맹’이어야 할 둘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부부 균열’이란 부부가 서로 역할을 나누거나 목표를 공유하지 못한 채, 상호 보완적인 가치관을 상실하고 상대의 지위를 깎아내리는 상태를 말합니다. 부부 균열이 생기면 자신의 가치관을 강하게 주장하며, 상대방이 문제라고 평가절하하고 비난하게 됩니다.

부모가 이러한 이유로 갈등을 겪는 모습은 자녀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성장을 가로막습니다. 부부 균열은 아이에게 큰 고통을 주며, 건강한 절제와 자율성이 제대로 교육되지 못하게 합니다. 부부 균열이 계속되면 자녀는 어느 한쪽 부모와 강하게 연합해 건강한 애착을 경험하지 못하는 ‘삼각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삼각관계란 가족 간에 갈등이 있을 때 다른 가족 구성원을 끌어들여 내 편으로 만들고 나머지 사람을 배척하는 상황입니다. 부부 균열로 생긴 틈에 건강하지 못한 갈등 해결 방식이 자리 잡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상담 사례에서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엄마랑 살고 싶어, 아빠는 너무 엄격해”라고 했습니다. 부부 균열이 부부 갈등을 넘어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으로 번진 것입니다. 홀로 양육하고 있는 남편에게 아이들의 이런 반응은 깊은 상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부부 균열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양육을 둘러싼 충돌은 아이의 마음을 계속 흔들어 놓아 부모의 양육 방식이 자녀에게 잘 통하지 않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비록 양육관과 경제적 가치관의 차이로 이혼에 이르렀다고 해도, 남편의 ‘절제’와 아내의 ‘허용’은 자녀에게 적절히 교육돼야 합니다. 두 사람의 가치관과 양육 방식은 서로 다를 뿐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건강하게 상호 보완될 수 있는 훌륭한 가치입니다. 이혼을 했더라도 자녀를 위한 양육 동맹은 유지해야 합니다. 과거의 부부 갈등을 양육 문제로까지 끌고 와 아이를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자녀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부부 균열’이 아닌 ‘부모 연합’이 있어야 합니다.

자녀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버지나 어머니 모두 같을 것입니다. 남편은 혼자 두 아들을 양육하며 혹시나 아이들이 엇나가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에 절제와 규칙을 더 강조했을 것입니다. 그 엄격함 이면에 숨은 두려움과 걱정을 아내에게 솔직히 털어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내 또한 떨어져 지내는 데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연민 때문에 더더욱 자녀가 원하는 것을 허용하고 좋은 것을 사주고 싶었을 겁니다. 이러한 진심 또한 남편과 나눠야 합니다. 지금은 상대방의 가치관과 양육관을 비난할 때가 아닙니다. 각자의 두려움과 고충을 부모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인정하며 아이를 위해 양육 동맹을 강화해야 합니다. 내면의 이러한 고통이 해소될 때 자신의 고집을 내려놓고 상대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혼 전에도 양육 문제로 싸운 부모가 여전히 똑같은 문제로 싸우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고통입니다. 이제 부부로서의 감정싸움은 접어두고, 두 아들의 속마음에 귀 기울이면서 아이들을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혼할 만큼 감정의 골이 깊었던 두 사람이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고 위로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혼으로 부부의 인연은 끝났을지라도, 아이를 함께 키우는 부모로서의 책임은 계속됩니다.

아이들을 위한 양육 동맹을 회복하려면 상황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하며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자녀에게 비싼 것도 사주고 절제도 가르치는 균형 잡힌 교육이 가능해집니다. 건강한 양육을 가로막는 것은 이혼 그 자체가 아니라, 이혼 후에도 지속되는 부부 균열입니다. 이혼한 가정에서도 자녀를 건강하게 양육할 수 있습니다. 부모 이혼으로 아픔을 겪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부모의 건강한 보살핌입니다. 부모를 만나는 짧은 시간이 불안이 아닌 위로와 안정감을 줄 때, 아이들은 그 시간을 기대하며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아이들은 그 짧은 시간 속에서도 건강한 가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자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애착 이론을 만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존 보울비 박사는 양육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훌륭한 양육자는 지식이 많거나, 유머가 넘치거나, 잘생기거나, 큰 부자가 아니어도 됩니다. 자녀와 진심으로 함께 있어 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