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감안하면 농어촌이나 소도시로 인구를 옮기려는 정책은 기대만큼 효과를 내기 어렵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 본 아파트 단지./뉴스1

뿌옇게 오염된 하늘과 탁한 공기, 그리고 교통 체증과 각종 소음 공해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상징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없이 서울에 살지만 은퇴해서 인심 좋고 공기 맑은 농어촌으로 이주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 것도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게 가능해진 미래에는 살기 좋은 시골에서 거주하며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지만 경제학자에게 물어본다면, 도시는 인간에게 지상 낙원에 가까운 곳이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한 국가의 인구 중 10%가 농어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면 1인당 생산성이 30% 증가한다고 한다.

도시라고 하면 공해와 오염을 떠올리지만 현실은 차이가 있다. 서울과 뉴욕의 직장인 중 70% 정도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반면 소도시나 농어촌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10% 이하에 불과하며 대부분 자동차를 운전해 출퇴근한다. 그것도 대도시에 비해서 소도시나 농어촌은 출퇴근의 거리가 훨씬 멀다. 이 때문에 1인당 탄소 배출량을 따지면, 대도시 거주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훨씬 공해 배출량이 적다. 전 세계 인구가 모두 대도시에 거주한다면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상당 폭 줄어들 것이다. 다만 1인당 배출량이 아무리 감소해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면 체감하는 공해의 피해가 심하지만 말이다.

교통 체증으로 대도시의 교통을 원망하는 사람에게는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률을 알려주고 싶다. 2023년도 서울시민 10만명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전국 최저인 1.9명이다. 대한민국 평균인 10만명당 4.9명에 비해 현저히 적을 뿐 아니라 전라남도의 11.4명과 비교하면 6분의1 수준이다. 평균 수명도 대도시 거주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인간이 거주하기에 대도시는 너무 좋은 장소인데 경제학적으로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때문이다.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해왔다. 어째서? 온라인을 좋아하는 민족성 때문에? 사람들과 소통을 즐기는 끈끈한 유대감 때문에? 아니다. 답은 대다수의 인구가 아파트에 빽빽하게 모여 살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단독주택에 거주한다고 해보자. 우리 거실에서 옆집 거실까지의 거리는 30m가 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아파트에 사는 사람에게 이웃집까지의 거리는 벽의 두께인 30㎝ 정도인 것이다. 가정에 전화선을 설치할 때 비용을 계산하는 공식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인구밀도다. 인구밀도가 4배 증가하면 전화선 설치 비용은 2분의1로 감소하게 된다. 일단 단독주택에 사는 한 집에 전화선을 설치하려면 우선 30m의 추가적인 전선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전봇대가 설치돼야 한다. 그런데 아파트 주민의 경우에는 30㎝의 전선만 필요하고 당연히 전봇대는 필요 없다. 그래서 한국의 통신 회사들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 거주민들에게 초고속 인터넷을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고 품질의 인터넷을 엄청난 저가에 사용할 수 있게 되니 한국인이 인터넷에 열광한 것이다. 바로 규모의 경제다. 도로와 상하수도 같은 인프라 시설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과 건강을 책임지는 병원에도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 서울에서는 수천 명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 앰뷸런스 한 대만 배치해도 충분하지만 농어촌에선 앰뷸런스 한 대로는 띄엄띄엄 사는 주민 100명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신이 한국 최고의 요리사라고 해보자. 인구 3000명의 소도시에 식당을 차리면 어떨까? 아마 3000명의 시민이 한 달에 한 번씩은 식당에 들러줘야 적자를 면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 그러기는 쉽지 않다. 반면 1000만명이 거주하는 서울에서는 시민들이 5년에 한 번씩만 들러도 사업이 번창할 것이다. 고객이 많이 모이는 곳에 기업들이 몰리고, 또 기업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고객들이 모여드는 것이 바로 네트워크 효과다. 전국의 솜씨 좋은 요리사·미용사·재단사는 물론 의사와 변호사들이 모두 대도시로 몰릴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대도시는 더욱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로 비용이 절감되고 네트워크 효과로 편의 시설이 모여드는 대도시를 농어촌이나 소도시가 이기기는 정말 어렵다. 중요한 것은 국가적으로도 인구를 농어촌이나 소도시로 분산시키는 것이 맞는가 하는 질문이다.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농어촌에 띄엄띄엄 거주하는 가구들에 전력, 전화, 상하수도, 앰뷸런스, 경찰 서비스, 그리고 도로를 제공하는 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인구 감소가 확정적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인구를 도시로 모아야 한다.

물론 대도시의 기존 거주민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새로 진입하는 신규 주민들과 나누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정확히는 대도시의 인구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혼잡비용(congestion cost)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기오염·교통체증·소음이 점점 늘어난다는 의미다. 비수도권 도시도 인구가 늘면 혼잡비용이 생길 수 있지만 이들 도시는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가 추가로 확대될 여지가 크다.

반면, 현재 서울 등 수도권을 보면 추가적인 인구 증가가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라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혼잡비용이라는 부정적인 효과를 더 많이 유발하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수도권의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다만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올바른 지역균형발전의 방법은 농어촌으로 인구를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다. 실현 가능성도 지극히 낮다. 대신 대구·광주·부산과 같은 기존의 대도시들로 수도권의 인구를 분산시켜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면서도 수도권의 혼잡을 줄일 수 있는 정책만이 실현 가능할 것이다. 실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중에는 기존 대도시의 인프라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외딴섬처럼 조성된 탓에 기대했던 인구 분산이나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거스를 수는 없다. 즉 사람들은 어차피 대도시로 모이게 마련이다. 수도권 인구의 지방 분산이 가능하려면, 먼저 지방의 주요 거점 도시에 지역 주민들이 모여 일정한 규모와 네트워크가 형성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