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우리가 쉽게 바꿀 수 없는 일이 많습니다. 타고난 체질이나 세월의 흐름, 혹은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불운 같은 것들 말입니다.
암이라는 질병도 피해가기 어려운 그런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암 관련 연구 결과는 이와 다른 얘기를 들려줍니다. 오늘 술 한 잔을 참고, 손에 든 담배를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암 발병 위험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연구팀이 3일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에 공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새로 발생한 암 10건 중 4건은 우리가 노력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위험 요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2022년 185국에서 신규로 발생한 36가지 유형의 암 환자 1870만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중에서 710만명(38%)이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 때문에 암이 생긴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들 위험 요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흡연이 15.1%로 비율이 가장 높았고,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감염 10.2%, 음주 3.2% 순이었습니다. 그 밖에 비만, 신체 활동 부족, 대기오염 등도 암을 부르는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특히 폐암과 위암, 자궁경부암의 경우에는 이 같은 조절 가능한 요인이 발병 원인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바꿔 말해, 금연·절주 같은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암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입니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지만, 번번이 일상에서 미뤄두는 일들입니다.
암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입니다. 연구팀은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0년까지 신규 암 발생이 약 5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를 보고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연구팀이 ‘조절 가능한 요인’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사실 우리가 매일 맞닥뜨리는 선택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어떤 음식을 먹을지, 얼마나 몸을 움직일지, 그리고 나를 해치는 습관과 어떻게 작별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니까요. 암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완전히 막아낼 수는 없어도, 적어도 내 삶의 키를 쥐고 더 안전한 방향으로 나아갈 주도권은 여전히 우리 손에 있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