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내가 1년 전 커피 전문점을 시작했습니다. 사회 경험이 적은 아내가 커피점을 연다고 할 때 불안했지만, 제가 언제까지 돈을 벌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고 아내를 믿기로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털어놓은 가게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해결책을 좀 찾아봐”라는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함께 걱정해줄 줄 알았는데 서운하다”며 “왜 처음부터 말리지 않았느냐”고 하는 겁니다. 그날 이후로 아내는 입을 닫았습니다. 저라고 왜 걱정이 안 되겠습니까. 속으로는 대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사가 안 되는 게 제 탓인가요.
A. 상담을 의뢰한 부부들이 흔히 꺼내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평소 좋을 때는 말도 통하고 문제가 없는데, 갈등이 생기면 풀어가기 힘들어요. 그때마다 우리는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어요.” 사실 이는 특정 부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부분의 부부가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제한된 방식으로 처리하다 갈등이 심각해지는 부부가 많습니다. 부부가 좋을 때 잘 지내는 것보다 불편한 상황을 건강하게 해결하는 것이 결혼 만족도를 높이는 데 더 중요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부 상담 전문가들이 초점을 두는 내용을 이해하면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부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개념이 ‘줌인(zoom in)’과 ‘줌아웃(zoom out)’입니다. 줌인이란 부부 간 갈등의 표면 아래에 있는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갈등 상황에서 각자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는 것으로 ‘속마음’을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속마음은 갈등이 격해질수록 오히려 잘 드러나지 않고, 대화 속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사례에서 아내는 커피 전문점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부담과 불안을 안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불안감과 속상한 마음이 더욱 커졌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내는 자신의 힘든 마음을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남편에게 이해받고, 위로받고 싶었을 것입니다. 한편 남편은 아내가 힘들어하자 함께 속상해하면서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방법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남편에게는 문제를 해결하고 아내를 돕고 싶은 욕구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부부의 이러한 감정과 욕구는 갈등이 이어지는 동안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줌아웃은 부부가 갈등 상황에서 한발 물러나, 반복하고 있는 행동과 반응의 양식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서로에 대해 갖고 있는 그릇된 해석과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듣고 당황해 성급하게 말을 내뱉은 후 아내에게 다가가기보다는 혼자 물러나 판단하고 고민합니다. 이 모습은 아내에게 ‘회피’로 인식됩니다. 위로를 기대했던 아내는 남편의 공감 없는 반응에서 서운함을 느낍니다. 정작 자신의 욕구와 감정은 드러내지 않은 채 부정적인 말만 남편에게 전달하게 됩니다. 관계를 지배하고 악화시키는 것은 바로 이렇게 서로에게 드러나는 행동 패턴입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위하는 좋은 속마음은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줌인을 통해 드러난 감정과 욕구를 줌아웃으로 이해한 행동 패턴 위에서 서로에게 전달할 때 비로소 회복이 시작됩니다.
“내 태도가 힘들어하던 당신을 더 괴롭게 했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 나도 당신을 돕고 싶었지만 방법이 금방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어.”
“처음부터 말리지 않았느냐고 한 말이 당신을 힘들게 했다는 걸 알아. 사실은 너무 불안해서, 당신이 내 옆에서 이 상황을 함께 견뎌주길 바랐어.”
이처럼 감정과 욕구가 분명히 전달될 때, 부부는 서로를 다시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해결이 어려운 것은 부부의 처리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부가 위 사례의 부부와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남편은 문제를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고 감정을 누른 채 빠르게 해결책을 찾으려 합니다. 이때 해결의 실마리가 떠올라야만 아내에게 다가가려 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지난 삶에서 성공 경험으로 축적돼 왔습니다. 협상과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목표에 집중하는 태도가 성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아내는 문제 상황에서 감정이 먼저 활성화됩니다. 불안과 고통이 충분히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기 어렵습니다. 아내는 해결책에 대한 남편의 생각도 듣고 싶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감정을 함께 나누고 마음이 진정되기를 바랍니다. 아내로서는 이해와 공감이 먼저 이루어져야 해결책을 고민하기가 한층 수월해집니다.
위 사례에서, 아내가 먼저 이해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남편이 아내의 상황에 대해 무관심한 게 아니라, 오히려 아주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남편은 익숙하고 그동안 성공을 가져다줬던 방식으로 아내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합니다. 이럴 때 아내가 “당신이 내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애쓰는 마음이 느껴져. 고마워”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 남편이 짊어지고 있던 부담은 한결 가벼워집니다. 남편이 이해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동요한 상태의 아내에게 남편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바로 아내의 불안과 고통을 덜어주지 못합니다. 먼저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내가 불안과 고통을 충분히 이해받고 공감받을 때에야 비로소 해결책을 받아들일 여지가 생깁니다. 이때 남편의 긍정적 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 있게 카페를 시작했는데,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서 당신 많이 힘들고 불안했겠어.” 이런 말을 들으면 아내는 위로받았다고 느끼고 비로소 남편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갈등의 핵심은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같지만,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