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4년 12월 서울남부지검은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5000만원어치 한국은행 관봉권을 포함한 현금다발을 확보했으나, 검찰 수사관이 띠지와 스티커를 분실해 출처를 밝히지 못했다. 해당 의혹을 감찰한 대검은 작년 10월 “실무상 과실은 있었으나 지휘부의 증거 은폐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대검의 감찰 결과를 검토한 끝에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상설특검을 통해 다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2. 개인정보 유출로 정부와 국회로부터 먼지 나게 털리고 있는 쿠팡이 2023년 5월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 규칙을 변경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해당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이를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결국 작년 12월 6일 쿠팡 상설특검팀이 만들어져 최장 110일간의 활동에 돌입했다.
#3. 작년 7월 출범한 민중기 특검팀은 통일교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금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수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1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민 특검은 작년 8월 윤씨로부터 “통일교 측이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임종성 전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는 진술을 확보했음에도 수사를 뭉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민 특검은 편파수사 논란이 언론에 보도된 12월 9일에야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4. 작년 12월 29일, 민주당 강선우 의원(현 무소속) 목소리가 담긴 녹취파일이 언론에 보도됐다.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1월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던 강 의원이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것. 녹취파일에서 강 의원은 보좌관이 돈을 받아 보관했을 뿐 자신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했지만, 최근 조사에서 강 의원의 진술은 다음과 같이 바뀐다. ‘2022년 1월 용산의 한 호텔 카페에서 김 시의원이 쇼핑백을 건넸는데, 3개월 동안 집에 보관했지만, 그 안에 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김 시의원은 강서구 시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돼 재선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강 의원이 “김 시의원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김 시의원 공천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5. 2024년 12월 29일, 무안공항에 착륙을 시도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둔덕을 들이받고 폭발해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진다. 유족들은 국토부 산하기관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조사하면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 왔지만, 요구는 묵살됐다. 실제로 항철위는 중간발표에서 “조류충돌로 오른쪽 엔진이 손상됐으나 조종사가 왼쪽 엔진을 껐다”며 조종사 실수로 몰아갔다가 유족의 반발을 샀다. 유족들은 정권이 바뀐 뒤인 작년 6월 25일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이를 호소했다. 그 뒤 국민의힘이 요구한 국정조사를 민주당이 받아들이면서 사고 1년여가 지나서야 국정조사가 시작되는데,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항철위가 작년 3월 한국전산구조공학회에 의뢰한 시뮬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거나 부서지기 쉬운 구조였다면 전원 생존이 가능했다”는 것. 심지어 한국공항공사가 2007년 국토부에 무안공항 둔덕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고, 2020년 개량 사업 때도 국토부는 “둔덕을 부서지기 쉽게 바꾸라”는 설계 용역을 무시하고 “상판을 더 보강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특검은 검찰 고위 간부를 포함한 고위 공직자의 비리 또는 위법 혐의가 발견됐을 때 그 수사와 기소를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일반 검사가 아닌 독립된 변호사로 하여금 담당하게 하는 제도. 하지만 기존 수사 조직을 배제하고 수사팀을 꾸려야 하는 탓에 수십억~수백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1과 #2는 검찰 관련 수사.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민주당 주도로 만들어진 ‘공수처’라는 기관이 이미 존재한다. 올해 공수처의 예산은 296억원. 이를 못 믿고 특검에 의뢰할 거라면 공수처는 폐지하는 게 맞지 않을까? #3과 #4는 민주당 실세가 연루된 의혹. 이런 사건을 맡으라고 특검이 존재하는 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에서 단식했던 것도 이 특검안의 관철을 위해서였지만, 민주당은 강 의원 건이 ‘경찰 수사로 충분하다’며 거부하고 있고, 통일교 건은 “신천지도 같이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특검은 국회에서 의결하고, 대통령이 재가함으로써 시행할 수 있다. 민주당은 국회와 행정부를 모두 장악해 마음만 먹으면 어떤 특검도 할 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작년 하반기 내내 3대 특검을 가동했고, 이를 한 차례 연장까지 하고도 얼마 전 최장 170일의 ‘2차 종합특검법’을 통과시켰다. 3대 특검의 미진한 부분과 새로운 의혹을 수사한다는 것. 마음만 먹었다면 신천지 특검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터. 그런데 그간 이걸 하지 않고 있다가 야당이 통일교 특검을 요구하자 갑자기 신천지를 들이민다? 민주당으로 향하는 화살을 국힘으로 분산시키겠다는 뻔한 의도. 결국 국힘은 신천지를 수용하면서 통일교와 따로 하자고 읍소했지만, 겨우 107석을 가진 정당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더 어이없는 것은 민주당이 무안공항 사고와 관련한 국토부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특검을 추진할 생각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특검이 처음 시행된 것은 1999년 옷로비 사건. 그로부터 27년이 지나는 동안 특검이 거둔 성과가 제법 있지만, 지금의 특검은 권력을 쥔 다수당의 분풀이 대상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특검의 종말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겠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쓰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으면 그 빛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