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우 장어집 가보고 알았어요. 왜 다들 극찬하는지 결국 이해됐어요.” “차은우가 다녀갔다고 알려지면서 더 유명해진 장어집에 다녀왔다. 연예인 맛집답게 비주얼은 기본, 냄새부터 이미 게임 끝.”
네이버 검색창에 ‘차은우 장어집’을 검색하면 상위에 노출되는 블로그 글들이다. 최근 연예인 차은우가 모친 명의의 법인을 활용해 수백억원대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법인 소재지로 알려진 장어집이 함께 주목받았다. 관련 정보를 확인하려는 검색이 늘었는데, 검색 결과 상단을 채운 것은 의혹과 무관한 맛집 후기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찾거나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네이버·구글 등 포털 검색창을 열지만, 최근에는 검색 과정에서 정보가 아닌 짜증만 얻는다는 이가 많아졌다. AI 생성 글이나 광고성 콘텐츠가 채우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검색 엔진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초 레시피에 가짜 지원금까지
네이버 검색창에 ‘투구꽃 레시피’를 입력하면 ‘투구꽃으로 자연의 힘을 담은 건강 레시피’, ‘투구꽃으로 만드는 자연 치유법과 건강 레시피’ 등의 글이 상위에 노출된다. 투구꽃에 항염·항산화 효과가 있다며 차나 샐러드, 스무디, 연고(외용제) 등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투구꽃은 극소량만 섭취해도 신경 마비 등 치명적인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맹독성 식물이다. 그럼에도 검색 결과에 등장하는 글들은 투구꽃을 건강에 좋은 식재료로 소개하며 권하고 있다. 내용과 무관한 사진이 첨부돼 있고, 근거 자료나 출처도 찾기 어렵다. 문장 구조와 표현이 유사한 글이 다수 노출되는 점을 고려하면, AI로 생성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달 초에는 독우산광대버섯·화경버섯 등 독버섯을 활용한 레시피를 소개한 블로그 글 다수가 네이버 검색에 노출되며 논란이 일었다. 해당 버섯들은 섭취 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맹독류다. 하지만 글에는 “사실 건강에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등의 잘못된 정보가 담겼다. 논란이 일자 네이버는 삭제 등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글은 여전히 검색 결과에 노출되고 있다.
검색 결과가 직접적인 위험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이용자의 피로감을 키우는 사례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경기도 광주에 사는 직장인 송모(38)씨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를 구하기 위해 ‘경기 광주 두쫀쿠 파는 곳’을 검색했는데, 검색 결과에 나온 글을 클릭했다가 짜증과 허탈감만 얻었다. 송씨는 “제목만 보면 근처에 파는 곳을 알려줄 것처럼 돼 있는데, 막상 읽어 보면 헛소리가 장황하기만 했다”며 “글 속 ‘두쫀쿠 파는 곳’ 링크를 눌러도 광고와 의미 없는 설명만 계속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달 초 한 인플루언서가 판매한 ‘만수르 두쫀쿠’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화제가 됐을 땐 엉뚱한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피스타치오 원물 가격 폭등+카다이프 구하기 품절 대란 → ‘이거 먹는 사람은 만수르급’이란 밈이 생겼어요” 등이다. 실제 정보와는 무관한 내용이 맥락 없이 그럴듯한 문장으로 작성돼 검색 결과에 노출된 것이다.
‘전국민 민생지원금’을 키워드로 하는 글도 적지 않다. 실제로는 발표·시행되지 않은 지원금인데도, 지급 대상과 시기, 신청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글이 검색된다. ‘2026년 전국민 민생지원금 3차 지급 계획 일정’이란 블로그 글은 ‘이 콘텐츠는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됐다’고 명시했는데,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전 국민 대상’ ‘1인당 25만~35만원 지급’ ‘2026년 2월 중순 온라인 신청 접수 시작’ 등의 문구가 담겨 있다. 평소 네이버 검색으로 정보를 얻는다는 김모(68)씨는 “안내가 구체적이어서 실제 정책인 줄 알았다”고 했다.
◇“3년 내 콘텐츠 50%가 AI 생성물”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작년 9월 X에 “죽은 인터넷 이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LLM(거대언어모델)으로 운영되는 계정이 정말 많아 보인다”고 썼다. ‘죽은 인터넷 이론’은 인터넷 콘텐츠 대부분이 AI와 자동화 봇의 산물이라는 음모론적 주장으로 시작됐다. 그런데 이제 현실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검색 데이터 분석 기관 에이치레프스가 작년 4월 신규 영어 웹페이지 90만개를 분석한 결과, 순수하게 사람이 만든 콘텐츠는 25.8%에 불과했다.
국내 검색 엔진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AI 콘텐츠 확산을 체감하고 있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직장인 김모(41)씨는 “무엇을 검색하든 AI가 만든 텍스트와 이미지가 잔뜩 나온다”며 “블로그는 AI가 글을 쓰고 AI가 댓글을 다는, 일종의 AI 미팅 장소로 변질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주부 최모(56)씨는 “요리 레시피를 검색했는데, 직접 요리한 사진은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AI 그림뿐이더라”며 “사람들이 정성껏 쓴 글을 보는 게 낙이었는데, 지금은 인터넷이 전반적으로 오염된 것 같다”고 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AI 브리핑’(네이버) ‘AI 오버뷰’(구글) 등 포털이 제공하는 검색 결과 요약 서비스도 잘못된 정보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앞서 AI 브리핑은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해 논란이 된 바 있다. AI가 생성한 부정확한 정보가 인터넷에 쌓이고, 이를 다시 AI가 학습해 검색 결과 요약 형태로 재노출하면서 잘못된 정보가 반복·확산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지난해 ‘올해의 단어’로 ‘슬롭(slop)’을 선정했다. AI가 대량 생산한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조악한 AI 생성물이 온라인을 빠르게 잠식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검색엔진 서비스를 운영하는 포털들은 개선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네이버는 AI가 생성한 저품질 콘텐츠와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 허위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중이다. 이용자들도 검색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나름의 자구책을 찾고 있다. 검색어 뒤에 특정 웹사이트나 인터넷 커뮤니티 이름을 함께 입력하거나, 여러 검색엔진을 병행 사용해 교차 검증하는 방식이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은 “향후 3년 내 인터넷 콘텐츠의 50% 이상을 AI 생성물이 차지한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네이버·카카오 등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AI 생성물에 대해 적절한 책임을 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검색 엔진 옵션에 ‘AI 생성물 제외’ 기능을 도입해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거나, 창작자들이 콘텐츠에 ‘Not By AI(인간이 직접 만든 콘텐츠)’ 표기를 하는 등의 자율적 운동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