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학생 김모(20)씨는 최근 친구들과 함께 3박 4일간 스키장에 놀러 갔다가 실망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55만원을 털어 스키 리프트권과 장비 대여료, 숙박·교통비로 썼지만 ‘재미있다, 또 오고 싶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눈이 안 와 슬로프의 20%는 닫혔고, 스키어들도 생각보다 적어 썰렁했다”며 “내 또래는 드물고, 중년 부모와 어린이 또는 눈 구경하러 온 동남아 관광객이 대부분이어서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겨울 스포츠의 꽃인 스키가 주력층인 20대에게 외면받고 있다. 장기 불황의 시대, 즉각적 보상과 효율을 중시하는 Z세대 취향에 스키라는 고비용·고난도·장시간 레저가 잘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스키 인구는 2012년 686만명에서 정점을 찍고 현재 300만~400만명대로 하향세다. 기후변화와 온난화로 스키장 운영 일수가 30% 급감하고, 저출산으로 1020 인구도 줄어든 탓이다. 스키장들은 강설량 감소와 전기료·인건비 급등으로 인공 눈 관리 비용이 늘어 적자를 보면서도 가격은 그만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스키가 ‘고도 성장기에 최적화된 레저’란 점이다. 경제·경영 전문 작가 안유석씨는 “한국의 쇠락하는 경제 성장률 곡선과 스키 업계 쇠퇴는 섬뜩할 정도로 궤를 같이한다”고 했다.
국내 스키 시장은 호황기였던 1990년대 크게 성장했다. 국민소득 2만달러 돌파, 주5일제 시행, 마이카(my car) 시대에 힘입어 2010년대 초까지 인기가 유지됐다.
이때 청소년·청년기를 보낸 1970년대생 X세대에겐 대학 동아리, 기업 워크숍 문화와 맞물려 스키가 보편화된 부(富)의 상징이자, 고비용·고위험 장벽을 넘어야 누릴 수 있는 속도감과 성취감을 상징했다.
그러나 지금 젊은 층은 고가의 장비와 시즌권, 장시간 레슨, 자차 이동과 숙박 부담, 부상 위험 등 때문에 스키를 ‘가성비 나쁜 노땅 문화’로 보는 시선이 강하다. 겨울에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과 실내 스포츠, 비용이 적게 드는 러닝·등산 등 대체 레저도 많아졌다.
또 Z세대는 경험이나 상품을 소비하고 즉각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사진이 예쁘게 나와 자랑하기 좋은 해외여행이나 호캉스, 오마카세에 비해 스키장 사진은 소셜미디어에서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스키 업계엔 설상가상의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