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 입춘(立春)을 엿새 앞둔 29일 부산 남구청에서 열린 입춘방 글귀 무료 나눔 행사에서 서예가들이 시민들에게 '입춘대길' '건양다경' 등 입춘방을 써주고 있다. /뉴스1

2026년 새해가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올 1월은 유난히 춥습니다. 수은주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잦고, 그때마다 한파는 좀처럼 물러날 기색이 없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지구 온난화 때문에 겨울이 전반적으로 포근했던 터라, 올해 초부터 몰아치는 동장군의 기세가 한층 혹독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러한 강추위의 원인으로 온난화가 지목된다는 점은 아이러니합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하던 제트기류가 느슨해진 바람에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로 내려오는 거죠.

하지만 아무리 매서운 추위도 흐르는 계절의 바퀴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자연은 늘 그래 왔듯 소리 없이 다음 장을 준비합니다. 이제 나흘 뒤면 24절기의 첫째이자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입니다. 옛사람들이 입춘의 ‘입’을 ‘들 입(入)’이 아닌 ‘설 립(立)’으로 쓴 것은 언제 봐도 그 감각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꽁꽁 얼어붙은 겨울의 대지 위로 봄이라는 생명의 기운이 스스로 ‘일어서는’ 순간을 의미하니까요.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변화는 이미 시작됐음을 알려주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비록 피부에 닿는 공기는 여전히 차갑고 눈앞의 풍경은 삭막할지라도, 땅 밑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서고 있는 것입니다.

“봄이 일어서니/내 마음도/기쁘게 일어서야지/나도 어서/희망이 되어야지.” 이해인 수녀의 시 ‘봄 일기―입춘에’의 대목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자연의 변화를 그저 기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그 변화를 빨리 알아차리고 마음을 조금 먼저 일으켜 세우는 것이라는 얘기 아닐까요. 이어지는 구절입니다. “누군가에게 다가가/봄이 되려면/내가 먼저/봄이 되어야지.” 내가 먼저 따뜻한 봄처럼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이 남은 겨울도 그리 길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차가운 바람은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지만, 그 속에서 서서히 일어서는 봄의 기운은 희망이 싹트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봄처럼, 우리 마음도 어디선가 움트고 있을 희망을 따라 조금씩 따스해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