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유현호

해마다 리움미술관에선 세상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작은 전시회가 열립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참으로 자랑스럽고 감동적인 전시회입니다.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과 삼성복지재단이 주최하는 어린이병원 레인보우 예술센터 아동·청소년 미술 작품 전시회입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발달지연 등 발달장애를 지닌 아동·청소년들은 언어 표현이나 감정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도 어렵습니다. 이들의 정서·인지·사회적 발달을 촉진하기 위하여 그림·조형 등 비언어적 표현 매체를 활용한 미술치료(Art Therapy)가 활용됩니다. 미술치료는 억압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출하여 불안과 분노를 감소시키고 심리적 안정감과 자존감을 증진시킵니다. 주의력을 집중시켜 과제 수행 능력을 향상시킵니다. 교육 과정에서 타인과 소통하며 함께 살아가는 훈련을 하여 사회성을 증진시키기도 합니다.

한편, 발달장애의 특성은 예술적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발달장애인은 언어나 학습 능력에서 제약이 있지만, 그들이 가진 특별한 시각·감각·직관 능력은 기존 틀을 벗어난 예술적 혁신 요소가 됩니다. 이러한 재능을 가진 어린이를 발굴하여 훌륭한 예술가의 길로 이끌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난독증 및 ADHD적 성향으로 문자 중심 학습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시각·공간적 사고의 천재성으로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예술가들이 많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파블로 피카소 등이 그들입니다.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레인보우 예술센터는 발달장애인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의료적 진단과 치료를 기반으로 음악·미술·체육·연극 등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발달장애인을 교육하고 그들 가족을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나아가 발달장애인의 예술적 잠재력을 발견하고 꽃피우게 합니다. 이러한 예술교육 프로그램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을 매년 리움미술관에서 전시하기 시작한 지 4년이 지났습니다. 이 작품들은 비록 예술적 기교는 부족하지만, 순수한 마음과 기발한 발상이 감동을 줍니다. 아무나 작품을 전시할 수 없는 리움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것은 어린 작가들에게 자랑이자 영광일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을 양육하느라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었을 부모님들에게도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전시된 작품에는 가족들의 응원 메시지도 함께 전시됩니다. 작품 감상 외에 이를 읽는 것도 재미입니다. 가족 간의 애틋한 정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 돼지 나비, OO아. 밝고 따뜻한 희망의 빛을 가진 너는 우리를 무지개로 이끌어준다고 생각해. 항상 너를 믿고 사랑한다. - 사랑하는 아빠, 엄마가 - ”

“소중한 아들 00야, 너는 그림으로 스스로 창을 만들어 세상과 통하고 있구나. 기대보다 언제나 더 크고 환하게 자라는 아들, 고맙고 사랑한다. - 사랑하는 아빠, 엄마가 - ”

“처음에는 청천벽력 같던 사실에 놀랐지만 지난 십몇여 년을 열심히 노력하고 애써서 지금의 00가 되었구나. 늘 스스로 노력해서 깨닫는 너의 모습을 보며 이젠 큰 시름을 놓았단다. 항상 사랑하고 축복한다. - 사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 ”

전시회의 성격상 리움미술관의 다른 전시회처럼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전시회는 아닙니다. 주로 발달장애 및 미술치료 교육 관계자나 출품 작가의 가족들이 찾아오지만, 그래도 해마다 관람객이 늘어나서 지난번에는 6000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작품 수준도 높아져 작품을 구매하고자 희망하는 이들도 나타납니다. 더 많은 사람이 관람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취지에서 지금 삼성서울병원 본관 1층에서 리움미술관에서 전시된 작품 중 일부를 다시 전시하고 있습니다. 병원을 오가는 사람들이 만난 그림과 그 작가들에게서 특별한 감동을 받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