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판교 사옥에 고성능 폭탄을 설치했다. 100억원을 계좌로 송금하라.”

지난달 15일 오전 이 같은 협박이 카카오 고객센터에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 군 관계자 70여 명이 즉각 출동해 탐지견을 이끌고 15층 규모 건물을 수색했다. 임직원 350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건물에 입점한 카페·식당 인원 1500여 명도 밖으로 빠져나왔다. 사건은 2시간 뒤 ‘특이 사항 없음’으로 종결됐지만, 약 1억4000만원 수준의 업무 공백 비용이 발생하고 하루 장사를 망친 일부 음식점에서는 식자재 폐기 등의 손실까지 본 것으로 알려졌다. 사흘 뒤에도 똑같은 협박이 이어졌다. 역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카카오 판교 본사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허위 신고가 접수된 지난 달 15일 경찰특공대와 폭발물 탐지견이 건물을 수색하고 있다. /뉴시스

잇단 스와팅(swatting)으로 당국이 골치를 앓고 있다. 경찰특공대(swat) 등 고위험 공권력 대응을 유도하는 허위 신고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삼성전자·네이버·토스뱅크·KT 본사·오송역·강남역·공덕역·부산역…. 지난 한 달 새 10여 건의 폭파 협박으로 수백 명의 군경이 현장에 급파됐다. 모두 거짓이었다. 지난달 22일에는 ‘대통령실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전날에는 ‘이틀 뒤 국방부 청사를 폭파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됐다. 폭발물은 없었다. 작성자는 광주 자택에서 검거됐다. 20대 남성이었다.

게시글 한 줄로 손쉽게 일상을 마비시키고 막대한 심리적·경제적 타격까지 안길 수 있는 신종 범죄, 관련 사건이 지난해에만 193건이었다. 부경대 경찰범죄심리학과 함혜현 교수는 “소셜미디어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출동도 신속해지다 보니 허위 협박을 놀이처럼 쉽게 저지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 앙갚음 수단으로도 쓰인다. 지난해 8월 수원의 한 20대 배달 기사가 식당 주인에게 “배달이 늦다”고 꾸중을 듣자 그 음식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거짓 게시글을 올리고 제삼자인 척 경찰에 신고했다. 이로 인해 건물 이용객 4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래픽=송윤혜

주로 2030세대에서 빈번하지만, 10대에서도 범행이 크게 늘었다. 지난가을 서울 어린이대공원 폭발물 설치 협박, 최근 카카오·KT 본사 허위 신고 등으로 붙잡힌 용의자도 모두 10대였다. 특정인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해당 명의로 테러 협박을 일삼은 경우도 있었다. 한 고교생은 경찰을 향해 “4일 동안 X뺑이 치느라 수고 많으셨다”며 “보면서 XX 웃었습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결코 장난이 될 수 없다. 장갑차까지 동원되는 등 세금 낭비가 상당하고, 대규모 인파가 대피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으로 더 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사회를 인질로 잡는 중대 범죄 행각인 것이다.

‘금융 치료’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중대 위협 사건 대응 TF’를 구성하고 “모든 건에 대해 민사상 책임도 철저히 묻겠다”고 했다.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경찰은 “내일 오후 신세계 폭파한다”는 허위 댓글을 남긴 20대 남성에 대해 형사처벌과 별도로 1256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출동 수당 및 동원 차량 유류비 등을 산출한 금액이다. 이 댓글 하나로 지난해 8월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하남점과 사우스시티점이 봉쇄되고 경찰특공대 21명이 투입된 바 있다. 다만 범인이 10대인 경우 부모를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법원은 미성년자 관련 사건에서 부모의 책임을 일부 제한하기에 배상액을 온전히 받아내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다소 판단이 난감한 상황도 있다. 지난 6일 ‘국민연금공단 폭파’라는 제목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연기금 해체, 안 돌려줘도 되니 여기서 시마이(마무리) 했으면”이라는 내용이었다. 작성자는 얼마 뒤 ‘국민연금 볼 때마다 혐오스럽다’라는 제목으로 “내가 (국민연금을) 받을 때가 되면 아랫세대한테 온갖 욕은 다 먹을 거 아냐. 반드시 대가를 치르길 기원한다”는 글을 또 작성했다. 경찰은 고민에 빠졌다. 제목에 ‘폭파’라는 단어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폭파가 아닌 제도에 대한 단순 반감 성격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 시간 등이 적시되지 않아 위험성 및 혐의성은 낮아 보였다”면서도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수색은 진행했다”고 말했다.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