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 시대 콘크리트로 만든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 서기 72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착공해 8년 뒤에 아들인 티투스 황제가 완공했다. 고대 로마인이 만든 콘크리트는 균열이 생겨도 스스로 복구되는 성질이 있어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우주의 신비부터 심해에 감춰진 비밀까지, 자연은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또 일상생활 속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과학의 원리가 곳곳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영완 조선비즈 과학에디터가 그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이 에디터는 조선일보 과학전문기자 출신으로,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를 지냈습니다. /편집자 주

콘크리트는 현대 문명의 상징이다. 흙과 짚으로 만든 집이 벽돌집으로 바뀐 것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하늘로 치솟은 도시의 마천루를 만들었다. 역설적으로 문명의 파괴 역시 콘크리트가 가장 잘 보여준다. 무너져버린 콘크리트 더미만큼 지진이나 전쟁의 공포를 웅변하는 현장이 또 있을까. 콘크리트가 주저앉는 순간 그 안에 깃들어 살던 사람들의 꿈마저 사라졌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토목환경공학과의 아드미르 마시치(Admir Masic) 교수는 전쟁을 피해 보스니아를 탈출한 난민 출신이다. 어린 시절 문명의 파괴 현장을 목격한 그가 과학자로 자라서 무너지지 않는 콘크리트를 꿈꾸고 있다. 콘크리트가 스스로 균열을 치유하는 방법이다. 콘크리트는 지구온난화에도 한몫한다. 제조 과정에서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8%가 나온다. 콘크리트가 오래가면 온난화를 막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단서는 고대 로마에서 찾았다. 로마인이 콘크리트로 만든 건물과 수로, 방파제는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기원전 27년 로마 초대 황제에 오른 아우구스투스는 “나는 벽돌의 도시 로마를 물려받아 대리석의 도시로 남겼다”고 말했다. 대리석은 마감재였을 뿐 오늘날까지 판테온이나 콜로세움을 지탱한 주역은 바로 콘크리트였다. 육지는 물론 바닷속 방파제도 옛 모습 그대로이다.

현대인이 만든 콘크리트는 50년도 못 가 부스러진다. 로마 콘크리트의 장수 비결은 ‘자기 치유’ 능력이었다. 마시치 교수는 지난달 9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고대 로마인이 지금과 다른 방법으로 콘크리트를 제조해 균열 부위가 스스로 복원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와 다른 고대 로마의 ‘수퍼 콘크리트’ 제조법을 찾은 것이다.

2023년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에서 발굴된 콘크리트 벽. 오른쪽은 구성 성분을 분석한 사진이다. 이 콘크리트에 있는 미세 석회질 덩어리는 균열을 ‘자가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폼페이 유적공원, MIT

갈라져도 다시 달라붙는 로마 콘크리트

콘크리트는 석회석 성분의 시멘트에 모래와 자갈, 물을 섞어 만든다. 모래와 자갈이 건물의 부피를 채우고 강도를 높이는 골재라면, 시멘트는 물과 반응해 굳어지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고대 로마인이 콘크리트를 만든 방식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왜 고대 로마의 콘크리트 건물은 그토록 견고할까.

로마인도 지금처럼 탄산칼슘(CaCO₃) 성분의 석회석을 굽고 가루로 만들어 시멘트를 만들었다. 바로 산화칼슘(CaO)인 생석회(生石灰)다. 여기에 물을 섞은 게 수산화칼슘(Ca(OH)₂)인 소석회(消石灰)다. 로마의 건축가인 비트루비우스는 기원전 1세기에 쓴 ‘건축론(De architectura)’에서 석회에 물을 첨가해 반죽 같은 재료를 먼저 만든 후 화산재 같은 다른 재료와 혼합했다고 기술했다. 소석회가 먼저이고 그 뒤 다른 재료가 추가됐다는 말이다. 원리는 오늘날의 콘크리트 제조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시치 교수는 2023년 기원전 4세기 콘크리트 성벽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탈리아 중부 프리베르눔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견된 성벽을 보니 그 안에 ㎜ 단위의 작은 석회질 덩어리들이 있었다. 고대 콘크리트의 자기 치유 성분을 찾은 것이다.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겨 빗물이 들어가면 이 석회질 덩어리가 녹았다가 다시 석회석으로 굳으면서 틈을 메우고 봉합한다.

문제는 비트루비우스가 저서에 기술한 대로 하면 고대 콘크리트에서 관찰되는 석회질 덩어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시치 교수는 비트루비우스의 기록과 달리 고대 로마인들은 생석회와 화산재를 먼저 섞고 나중에 물을 추가했다고 봤다. 그러면 격렬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 엄청난 열이 발생한다. 바로 열혼합 방식이다.

반죽을 만들 때 열이 나면 콘크리트가 더 빨리 굳어 튼튼해진다. 특히 그 과정에서 일부는 섭씨 40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고 작은 석회질 덩어리가 됐다. 바로 균열을 ‘치료’하는 성분이 생긴 것이다.

폼페이 유적지에서 발굴된 당시 콘크리트 원재료 더미. 생석회와 화산재를 건조된 상태에서 섞어 만들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폼페이에 남은 타임캡슐로 새 이론 입증

비트루비우스의 말은 그가 살았을 때는 물론 후대까지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못한 권위를 가졌다. 그의 인체 비례 이론이 대표적이다. 비트루비우스는 건축론에서 인체가 팔다리를 대(大)자로 쭉 뻗으면 손가락과 발가락이 원둘레에 닿고 배꼽이 원의 중심이 된다고 했다. 키는 뻗은 팔 길이와 같아서 인체는 변의 길이가 모두 같은 정사각형에도 들어맞는다고 했다.

실제 인체 비례는 그의 말과 달랐지만, 후대 예술가들은 토를 달지 못했다. 인체 비례도를 그리면 비트루비우스의 말에 맞추기 위해 사람의 몸을 비틀어 원과 정사각형 안에 욱여넣었다. 비트루비우스의 주장에 도전한 사람은 바로 르네상스의 대표적 천재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고대 로마 시대 건축학자인 비트루비우스의 인체 비례 이론을 구현한 그림이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다빈치는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을 그리며 인체를 실제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정사각형을 원에서 약간 벗어나게 했다. 원 안에는 비트루비우스가 말한 대로 팔다리를 벌려 배꼽이 중심이 오게 한 남자를 그렸다. 하지만 두 발을 모아 선 자세의 그림도 겹쳐 그려 정사각형 바닥에 닿도록 했다. 또 정사각형의 중심은 배꼽이 아니라 생식기 근처였다.

마시치 교수도 로마 유적지를 직접 연구해 비트루비우스의 권위에 맞설 증거를 찾았다. 앞서 콘크리트 성벽에서 나온 석회질 덩어리다. 하지만 그 역시 일부러 만든 게 아니라 일종의 불순물일 가능성도 있었다. 확실한 증거가 더 필요했다. 마시치 교수는 2023년 재발굴된 폼페이 유적지에서 결정적 증거를 찾았다.

6m 두께의 화산재에 덮였던 폼페이 유적지는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할 당시 주택을 수리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앞서 마시치 교수가 주장한 대로 물이 들어가기 전에 먼저 생석회와 화산재가 섞인 재료들이 나왔다. 여기에 나중에 물을 섞어 만든 벽도 찾았다. 건축 도구도 나왔다. 고대 로마인의 건축 현장을 담은 타임캡슐을 찾은 셈이다. 마시치 교수는 “타임캡슐을 열어 서기 79년에 콘크리트를 만드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드미르 마시치 미국 MIT 토목환경공학과 교수가 고대 로마인 방법대로 만든 ‘자기 치유 콘크리트’ 블록을 들고 있다. /MIT

과학에서 희망을 찾은 전쟁 난민 소년

마시치 교수는 고대 로마의 콘크리트 기술을 상용화할 회사를 세워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러 나섰다. 건설 산업은 온난화의 한 주범으로 지목됐다. 주재료인 시멘트를 만들 때 온실가스가 대량 방출되기 때문이다. 섭씨 1500도 이상 고온으로 석회석을 굽는 과정에서 질량의 44%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가 밖으로 나온다. 또 고온을 유지할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로마 방식의 콘크리트는 수명이 길어 지금보다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 콘크리트가 오히려 친환경 소재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고대 로마인 방식으로 콘크리트를 만들고 일부러 균열을 만들었다. 물을 흘렸더니 예상대로 2주 안에 균열이 완전히 메워져 물이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현대 방식으로 만든 콘크리트는 균열이 그대로 남아 물이 계속 통과했다. 마시치 교수는 앞으로 오래가는 자가 치유 콘크리트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콘크리트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마시치 교수는 어릴 때부터 과학이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에 보스니아 내전이 터졌다. 탱크에 집이 무너지자 그는 가족과 함께 옆 나라 크로아티아로 피란을 갔다. 난민 캠프에서 그는 희망을 주는 ‘마법’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바로 화학이었다. 난민은 정규 학교에 갈 수 없었지만, 한 교사의 도움으로 수업을 참관할 수 있었다. 그는 과학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수업에 참관한 지 6개월 만에 지역 화학 경시 대회에 나가 우승했다.

그는 나중에 법률이 바뀐 덕분에 정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대학에 들어가 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박사 학위 과정에서 연구한 것이 고대 로마인의 지혜가 담긴 양피지였다. 나중에 고문서 복원 회사도 차렸다. 그가 고대 콘크리트의 비밀을 밝혀낸 것도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마시치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2017년 MIT에 난민을 위한 컴퓨터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난민 행동 허브(ReACT·Refugee Action Hub)’를 설립했다. 매년 수천 명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 마이크로소프트·메타 같은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취업했다. 어쩌면 그중에서 세계적인 과학자가 나올지도 모른다.

오마르 야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공기 중에서 수분을 흡착하는 금속유기골격체를 발견한 공로로 2025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 역시 마시치 교수처럼 요르단의 팔레스타인 난민 가정에서 자랐다.

그는 노벨상 수상 발표 후 언론 인터뷰에서 “어릴 때는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정말 귀중했다”며 “일주일에 두어 시간밖에 쓸 수 없는 물을 얻으려고 새벽에 일어나 밸브를 열어야 했다”고 말했다. 난민 소년의 절절한 경험이 인류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끈 것이다. 온갖 악이 다 튀어나온 판도라의 상자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게 희망이라고 한다. 전쟁 난민에서 세상을 구할 과학자로 자란 그들이 그 희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