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오젬픽

전 세계적으로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만 치료제의 효과는 사람의 몸무게를 줄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 영향력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가 흥미로운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비만 치료제 열풍으로 탑승객들의 체중이 줄면서 미국 항공사들이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는 건데요. 올해 많게는 5억8000만달러(약 8500억원)를 아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승객의 평균 체중이 10% 줄면 항공기 이륙 중량은 약 2%(1450㎏) 가벼워지며, 이에 따라 연료비는 최대 1.5% 감소한다고 합니다. 덕분에 항공사들이 주당순이익을 최대 4%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제프리스는 예측했습니다. 연료비가 전체 운영비의 20% 가까이를 차지하는 미 항공사로선 그야말로 ‘뜻밖의 횡재’입니다. 미국 내 비만 치료제 사용자는 2024년 이후 2배로 늘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법입니다.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주류 회사들에 이 비만 치료제는 불행의 씨앗이 될 것 같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평소 술을 즐기던 사용자의 10명 중 6명꼴로 약물 투여 후 술을 덜 마신다고 답했답니다. 왜 그럴까요. 비만 치료제는 식욕만 줄어들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술을 마시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며 보상감을 느끼는데,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면 뇌의 보상 중추에 작용해 술을 마셔도 예전만큼 즐겁거나 짜릿한 기분이 들지 않게 만듭니다. 즉, 술을 마셔도 별 재미가 없다고 뇌가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비만 치료제 보급으로 인해 2035년까지 미국 전체 주류 소비량이 최대 5%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미 성장이 정체된 미국 주류 산업의 성장 엔진을 꺼뜨릴 수도 있는 위협 요인입니다.

누군가 체중 감량을 위해 사용한 약 하나가 항공사의 금고를 채우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주류 회사의 성장판을 닫으려 하고 있습니다. 시작점은 하나였지만 서로 다른 영역에서 엇갈린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비만 치료제가 ‘나비 효과’ 사례를 하나 더 추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