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열린 사찰 음식 일일 체험 수업에서 우일스님이 시범으로 만든 음식. 섬초 페스토를 활용한 버섯 파스타와 오이 절임이다. /조유미 기자

“섬초(시금치)는 단맛이 좋아 양식에서 샐러드로도 많이 먹어요. 겨울이 제철입니다. 한 번 그대로 씹어 보세요.”

지난 1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열린 사찰 음식 만들기 일일 체험 수업에 강사로 나선 우일 스님이 이렇게 말했다. 한 수강생이 이파리를 뜯어 씹더니 “정말 단맛이 나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메뉴는 오이 절임과 섬초 페스토를 활용한 버섯 파스타였다. 수강생 연령층은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했다. 이틀 전 수업에 처음 참석했다가 사찰 음식의 매력에 빠져 다시 왔다는 이모(36)씨는 “제철 음식을 활용해 복잡하지 않은 조리 과정으로 맛을 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한 50대 주부는 “건강한 별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에서 매일 만들어 먹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수행자의 밥’ ‘보양 음식’ 등으로 여겨지던 사찰 음식이 일반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5월 사찰 음식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며 주목을 받은 데다 건강과 식습관 관리를 중시하는 사회적 흐름이 한몫했다. 또 ‘대한민국 1호 사찰 음식 명장’ 선재 스님과 ‘사찰 음식의 대가’ 정관 스님 등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조리법을 선보인 점도 대중적 관심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 따르면 이달 1~12일 내국인 예약 건수는 599건으로 지난해 1월 한 달 치(477건)를 넘어섰다.

◇전 연령층 사로잡은 건강한 맛

사찰 음식은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후 오랫동안 한국의 식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왔다. 고려 시대 문헌인 ‘동국이상국집’과 ‘조계진각국사어록’에는 채식 만두와 산갓김치 등 사찰 음식과 관련한 기록이 남아 있다.

사찰 음식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0년 전후다. 사찰 음식은 육류와 생선, 매운맛을 내는 다섯 가지 채소 ‘오신채(마늘·파·부추·달래·흥거)’를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일반인도 따라 할 수 있는 사찰 음식 요리책과 강좌가 잇따라 나오면서 제철 채소와 발효·절임 중심의 조리법이 건강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에는 고령 인구 비율이 빠르게 늘고 만성 질환 관리와 식습관 조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찰 음식이 한층 주목받고 있다.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염분과 자극을 최소화한 조리 방식 때문이다.

이날 50대 딸과 함께 수업에 참여한 81세 어르신은 “병원에서 식습관 관리가 중요하다고 해서 신경 쓰고 있다”며 “사찰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아 먹고 나서도 속이 편한 게 좋다”고 했다. 정관 스님과 함께하는 사찰 음식 체험·수행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전남 백양사 관계자는 “연령층이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70~80대 참여가 두드러진다”고 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도 인기다. 자극적인 외식과 고기 중심 식단에 익숙했던 20~30세대가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으로 눈을 돌리면서다. 지난해 5월 롯데멤버스 리서치 플랫폼(라임)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스로 “혈당 관리를 한다”고 답한 비율은 20대(41.3%)에서 가장 높았다.

밥과 국, 두부 요리, 나물 반찬 위주의 전통적인 구성에 더해 파스타·리소토 같은 형태로 재해석된 사찰 음식이 요리 프로그램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는 것도 젊은 층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유튜브 영상을 보며 퓨전식 사찰 음식을 종종 만들어 먹는다는 직장인 김모(37)씨는 “풀만 먹는 것 아니냐며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아내도 보기에 예쁘고 맛도 있다면서 좋아한다”고 했다.

사찰 음식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며 자격증을 취득하는 전문 조리사도 늘고 있다. 사찰 음식 전문 조리사 합격 인원은 지난해 91명으로 전년(53명)보다 늘었다.

◇르 꼬르동 블루 특강도 열려

우리나라 사찰 음식에 대한 관심은 외국인 사이에서도 뜨겁다. K드라마·영화 영향으로 한식 전반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발효 식재료를 많이 사용하는 사찰 음식이 한국 음식의 철학과 깊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다 ‘비건(채식주의자)’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도 있다.

종로구의 사찰 음식 전문점 ‘발우공양’ 관계자는 “외국인 예약 문의가 많이 늘고 있다”며 “점심 예약이 매일 마감될 정도”라고 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관계자는 “르 꼬르동 블루(프랑스 요리 학교) 파리 본교와 영국 런던 캠퍼스에서 지난해 특강을 진행했는데 호응이 컸다”고 했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을 찾은 외국인은 지난해 1144명으로 전년(689명) 대비 66%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