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유현호

지난해 12월 23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장장 24시간에 걸친 필리버스터를 했지만, 국힘 의석수로는 이를 막는 게 불가능했다. 12월 30일에는 특별법이 국무회의도 통과했다. 그런데, 대체 이 법안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어서 법조계까지 반대하는 것일까?

첫째는 법안이 특정 사건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의원 115명이 처음 발의했을 때의 명칭은 ‘내란전담재판부’가 아닌, ‘내란특별재판부’. 이것만 봐도 재판부가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만을 겨냥한 것임이 명백하다. 법률이 가져야 할 속성 중 하나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1948년 반민특위 특별재판부처럼 수십 년에 걸쳐 저질러진 친일 행위를 심판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특정인이나 특정 사건만을 대상으로 한 법률은 위헌성이 농후하다. 예를 들어 여당 정치인 A씨가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해보자. A씨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국회가 ‘A를 위한 특별재판부’를 만든다면, 민주당은 수긍할 수 있을까? 민주당은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바꾸고, 법률 이름도 ‘12·3 윤석열 비상계엄’을 빼고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을 집어넣었다.

두 번째는 삼권분립 위반. 원래 법안에서는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고 그 기구가 재판부 판사를 뽑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원래 법안에는 추천위원회 위원(9명)을 뽑는 주체가 판사회의(3명), 헌법재판소 사무처장(3명) 외에 법무부장관(3명)이 들어가 있었다. 헌재 사무처장이 추천권을 갖는 것도 사법권 독립 침해지만, 지금 법무부장관은 친명계 좌장이라고 불리는 정성호 장관이다. 이런 이가 세 명의 추천위원을 뽑는다? 법무부장관의 특명을 받은 추천위원들이 어떤 판사를 뽑을지는 짐작이 간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든지 각종 사건에서 편향성을 듬뿍 발휘한 판사들이 전담재판부 판사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 이 경우 국민들이 재판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겠는가? 결국 민주당은 후보추천위원회를 없애고 이미 법원에 설치돼 있는 사무분담위원회가 판사를 추천하도록 법안을 수정한다. 문제는 이게 현행 시스템과 다를 게 없다는 것. 그런데 민주당은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강변한다. 기존 재판부는 사무분담위원회가 만든 안을 법원장이 승인하는 형식으로 판사 배치가 이루어지지만, 내란재판부는 법원장 대신 법원 판사회의가 승인하게 하니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법원장을 임명하는 이는 대법원장. 그래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입김을 최대한 차단한 점이 수정안의 장점”이라고 자화자찬했는데, 그간 사무분담위원회의 안이 변경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는 지지자를 위한 초라한 변명일 뿐이다.

세 번째는 무작위 배당 원칙 위반. 그간 사법부는 특정 사건을 어떤 판사가 맡을지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지정해 왔다. 예컨대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재작년 10월 법사위 국감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사건에 유죄판결을 내린 판사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대북 송금 사건을 맡았을 때 선입견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겠느냐며 항의한 바 있는데, 그때 법원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해당 사건은 저희가 임의로 배당한 것이 아니라 전산으로 자동 배당을 했다.” 자, 무작위 추첨으로 해도 이런 항의가 생기는데,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에 각각 한 개씩 재판부가 만들어지는 내란재판부라면 피고인 입장에선 불만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주당은 수정안에서 다음과 같은 고육지책을 낸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각각 2개 이상의 전담재판부를 둔다.” 이럴 거면 ‘전담재판부’라는 명칭 자체가 우스워지는데, 이렇게 해서라도 별도의 재판부를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노력이 참으로 눈물겹다.

이번 법률의 발의부터 개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분들이 있다. 먼저 이재명 대통령은 수정 전 원안에 대해 위헌성이 제기됐을 때 “뭐가 위헌인가?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건 입법부의 권한”이라며 민주당 편을 들어줬다. 대통령이자 법을 공부한 분의 발언이라기엔 참으로 실망스러운 대목. 이 대통령 말대로라면 민주당은 그 법안대로 재판을 하면 됐을 텐데, 왜 법안을 다 뜯어고쳐 ‘이럴 거면 뭐 하러 만들었나’라는 얘기까지 듣는 것일까? 둘째는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다. 내란전담재판부가 위헌 논란으로 재판이 중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다음과 같은 법안을 대표 발의한다. ‘내란·외환 관련 형사재판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있어도 재판을 중단하지 않도록 한다’는 소위 헌재법 개정안. 이건 위헌을 위헌으로 덮겠다는 망상에 가까운 법안이다. 셋째, 참여연대는 내란특별재판부 최초 발의안에 대해 일찌감치 반대 성명을 냈다. 좌파 단체가 웬일인가 싶겠지만, 이게 법률이 위헌이기 때문이 아니라 ‘피고인들이 해당 법률의 위헌성을 문제 삼아 재판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이 정도 편향성을 띤 단체라면, 앞으로 굳이 기사에서 참여연대의 입장을 보도해 줄 가치는 없다.

옛말에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위헌성을 덜어냈다고 한들, 해당 법률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행위가 먼저 있고 그 행위를 처벌할 재판부를 사후에 만들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향후 국회를 장악하는 다수파가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똑같은 일을 벌일 길을 열어줬다는 것,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사법부가 점점 정권의 눈치를 볼 것이라는 우려다. 사법부가 국가의 근본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이번 정권이 사법부를 망가뜨린 건 자신들에게 당장의 이익은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 봤을 땐 그 폐해가 크지 않겠는가? 조금 일찍, 사법부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