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대가 김난도도, 5년 만에 돌아온 소설가 황석영도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4주 차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는 ‘흔한남매’ 21편.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1위를 놓치지 않는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6’, 황석영의 신작 ‘할매’보다 순위가 높다.
“흔한남매가 뭐야”라고 되묻는다면, 초등생 자녀가 없을 확률이 높다. 흔한남매가 속한 분야는 어린이(초등) 책. 2019년 처음 책으로 나온 이 시리즈는 최근 출간된 21편까지 교보문고에서 총 13권이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국 초등생이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린 책 1위부터 16위까지도 모두 흔한남매 시리즈였다(‘도서관 정보나루’ 집계 기준). 오리지널 시리즈를 포함한 관련 도서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11월 1000만 부를 넘어섰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아동 시리즈가 이렇게 장수하기 쉽지 않은데, 흔한남매 시리즈는 요즘 아이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았다”며 “과거엔 만화책이라고 기피했을 만도 한데, 이렇게라도 책을 읽기 바라는 학부모들이 결국 지갑을 열면서 판매량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흔한남매는 SBS 예능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출신 한으뜸(38)·장다운(38)이 운영하는 동명의 유튜브 채널 ‘흔한남매’에서 왔다. SBS 공채 개그맨이었던 두 사람은 웃찾사가 없어지면서 일자리를 잃었고, 유튜브가 새 공연장이라는 생각으로 개그를 짜서 올리기 시작했다. 현재 구독자 301만명. 그중 인기 에피소드만을 골라 만화로 그려낸 게 책 ‘흔한남매’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들은 한번 선택한 이야기에 대해 그 세계관을 벗어나지 않고 계속 이어 나가는 걸 좋아한다”며 “무엇보다 마음이 편한 상황을 선호하는데, 두 주인공의 다소 우스꽝스럽고 일상적인 모습이 만들어 내는 친숙함이 인기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흔한남매는 이전에 아이들에게 많이 팔렸던 ‘마법 천자문’이나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등과 달리 학습 만화가 아니다. 중학교 3학년인 오빠 으뜸이와 초등학교 5학년인 동생 에이미의 현실 남매 에피소드를 재치 있고 익살스럽게 담았다. 대부분 어린이 책에 등장하는 권선징악 같은 교훈도 강하게 내세우지 않는다.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종종 “흔한남매 보게 해도 되느냐”는 고민 글이 올라오는 이유. 하지만 책을 보는 아이들은 적어도 한 번 이상 소리 내 깔깔 웃는다. 어쩌면 여기에 1위 비결이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