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석훈(51)씨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졸업 선물로 MP3 플레이어를 사달라는데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음악을 스마트폰으로 들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아들의 반응이 의외였다. 스마트폰은 숏폼(짧은 동영상 콘텐츠)을 보거나 딴짓을 자꾸 하게 돼 공부에 집중할 수 없어 음악만 들을 수 있는 MP3가 좋다고 했다. 또 모양이 비슷비슷한 스마트폰과 달리 디자인이 멋지고 조작하는 맛도 있다는 것이었다.
LP와 카세트테이프, CD플레이어에 이어 MP3가 뉴트로(새로운 복고) 트렌드에 합류했다. 아날로그도 아닌 데다 스마트폰보다 불편하기까지 하지만, MP3를 찾는 이가 늘고 있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와 알파 세대(2010년대 초반 이후 출생), 즉 10~30대가 주 구매층이다.
두 세대가 MP3를 찾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Z세대는 ‘로망 실현’을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 광고 대행사에 취직한 최예지(28)씨는 “학창 시절 MP3가 너무 비싸 부모님께 사 달라고 하기가 부담스러웠다”며 “이제 돈을 버니까 MP3 정도는 나 스스로에게 선물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예전에 정말 갖고 싶었던 애플 ‘아이팟 클래식 5.5세대’를 샀다”고 했다. 아이팟 5.5세대는 출시된 지 15년이 지나 중고 기기를 리퍼비시(수리·재정비)한 제품이 주로 판매된다. 새 제품이 아님에도 20만~30만원대의 꽤 비싼 가격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다.
알파 세대에게 MP3는 ‘멋지고 힙한 제품’이다. 서로 비슷한 디자인의 스마트폰에 비해 개성이 있다는 것이다. 음원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대학생 신석훈(23)씨는 “스트리밍(파일을 내려받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음악이나 영상을 바로 재생하는 기술)은 IP(지식재산권) 계약 기간에 따라 언젠가 음원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이 있다”며 “반면 MP3 파일은 한 번 가지면 언제든 꺼내 들을 수 있다”고 했다.
MP3 플레이어가 인기를 끌자 연예기획사들은 관련 굿즈를 속속 내놓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월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아이리버 MP3를 기획상품으로 선보였다. 2000년대 유행했던 삼각기둥 형태 아이리버 제품을 재현한 디자인으로, SM 소속 대표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와 함께 구매자가 선택한 아이돌 멤버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월 걸그룹 엔믹스의 컴백 앨범을 조개 모양 MP3에 담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