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업계에서 흥행 불패의 특별전 주제로는 흔히 이집트 미라와 인상주의를 꼽는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황금 유물을 들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예전에 개최한 ‘스키타이 황금 문화’(1991)와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2008) 모두 황금을 내세운 특별전이다. 황금의 가치는 현재 우리도 쉽게 공감하기에 소개하기 용이하다.
황금은 다른 어떤 물질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따뜻하면서도 환한 빛을 발하며,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속성을 지닌다. 그뿐만 아니라 연성이 좋아 얇게 펴거나 길게 늘일 수 있으며, 가공하기도 편하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한 황금은 고대부터 권력의 상징물을 만들고 장식하는 데 사용되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황금 문화로는 단연코 신라를 떠올린다.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개최 중인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은 신라 금관 6점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체급이 다른 황금 전시다. 금관이 신라 황금 문화를 대표하지만, 귀걸이는 가장 많고 형태나 장식이 다채로워 주목된다. 신라 귀걸이의 형태는 주로 네 부분으로 나눠 설명한다. 가장 위쪽을 ‘중심고리’, 이를 그 아래 장식과 연결하는 고리를 ‘노는 고리’, 그 아래 중간 장식을 ‘샛장식’, 가장 아래 늘어뜨린 장식을 ‘드림’이라고 부른다. 중심고리 굵기에 따라 굵은 고리 귀걸이와 가는 고리 귀걸이로 나뉘며, 전자는 여성, 후자는 남성이 착용했다고 본다. 굵은 고리 귀걸이가 화려해 눈이 먼저 가지만, 가는 고리 귀걸이는 형태 면에서 훨씬 다양하다. 특히 샛장식의 변주가 화려한데, 초기에는 단순한 공 모양이거나 그 변형이었던 것이 점차 길어지고 모양과 장식이 다양해진다. 경북 경주시 보문동 고분에서 출토된 가는 고리 귀걸이에 보이는 샛장식은 신라 귀걸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태 중 하나로, 원형 고리와 선 새김 장식을 조합한 것이다. 드림은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심엽형(心葉形) 장식이다.
같은 황금에 주목했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가장 잘 만들었는지는 문화마다 다르다. 신라에서는 금관을 비롯하여 허리띠·장신구의 비중이 크다면, 스키타이 황금에서는 허리 버클과 무기 장식이, 페르시아 황금에서는 의례에 사용되는 뿔잔과 같은 용기가 일품이다. 가장 귀한 것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보면 그 사회가 보이는 측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