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하이록스 대회. /연합뉴스

15년 차 러너이자 중견기업 대표인 정선후(50)씨는 올해 처음 실내 피트니스 대회인 ‘하이록스’에 도전했다. 2010년 마라톤을 시작한 그는 2시간 49분 46초에 풀코스를 뛰고, 수영으로만 한강을 3번 건너며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아이언맨. 그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건강 관리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고, 지구력 확장을 위해 철인 3종에 도전했다”며 “지금은 중년 이후 멀어지기 쉬운 근력 운동을 붙들어 두기 위해 하이록스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하이록스 대회에 처음 참가했고, 이어 같은 달 22일 열린 상하이 대회에선 같은 연령대 중 2위를 차지했다.

러너 1000만명 시대. 달리기만으로는 성에 안 차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이 선택하는 게 장거리 달리기와 고강도 기능성 운동을 결합한 ‘하이록스’다. 하이록스는 8㎞ 달리기와 8가지 기능성 운동이 결합돼, 일명 ‘실내 철인 8종 경기’로 불린다. 1㎞ 달리기를 하고 스키에르그(스키 동작을 기반으로 한 유산소·근지구력 훈련 기구) 1000m 당기기, 다시 1㎞ 달리기를 하고 슬레드(썰매) 50m 밀기, 1㎞ 달리고 이번엔 슬레드 50m 당기기 등 기능성 운동 사이사이 1㎞ 달리기가 8번 들어간다. 운동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달리기와 크로스핏을 합친 근지구력 운동 끝판왕”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650명 규모로 처음 시작된 하이록스 대회는 2024~2025년 시즌엔 전 세계 90국에서 열리며 50만명이 참여하는 대회로 커졌다. 개인전뿐 아니라 더블(2인), 릴레이(4인) 등 짝을 이뤄 도전할 수도 있다. 국내에선 작년 인천에서 첫 경기가 열렸고, 지난 11월 열린 서울 대회에는 전년 대비 50% 늘어난 6000명의 참가자가 몰렸다. 내년 5월 열리는 인천 대회 역시 20만원이 넘는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벌써 일부 부문은 티켓 판매가 마감된 상태. 내년 초 인천 대회에 나갈 예정이란 직장인 김모(34)씨는 “올 초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근력 운동도 같이 해보고 싶어 하이록스를 준비하게 됐다”며 “피지컬100을 보면서 저런 경기를 실제로 해보고 싶었는데 하이록스를 통해 그 욕구를 채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최고의 몸’을 가리는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은 하이록스 인기 확산에 한몫했다. 시즌1의 성공에 이어 시즌2, 최근 아시아편까지 나온 이 예능에선 참가자 100명이 여러 종목에서 체력전을 벌인다. 하이록스가 이 종목들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하이록스에 ‘피지컬:100 현실판’이란 별명이 붙었다. 피지컬100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참가자들이 하이록스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도 했다. 시즌 2 준우승자인 홍범석(39)은 지난해 6월 프랑스에서 열린 ‘월드챔피언십 하이록스 대회’ 아시아 1위, 지난 11월 서울 대회 남자 오픈 싱글 부문 우승 등을 거머쥐며 하이록스 홍보 대사로 활약하고 있다. 시즌 2 우승자인 아모띠(김재홍·33) 역시 하이록스 서울 대회에서 믹스 더블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스포츠 예능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최근 하이록스는 방송에서 도전의 대명사로도 통한다. 연예계 대표 스포츠맨인 가수 샤이니 민호가 ‘나 혼자 산다’에서 하이록스 준비 과정을 보여줘 응원을 받았고, 여자 연예인들이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에 도전한다는 취지의 예능 ‘무쇠소녀단’에서도 멤버들이 하이록스에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하이록스 대회에 참 석한 하이록스 선수 홍범석(왼쪽)과 가수 민호. /홍범석 인스타그램

도전의 이유는 다양하다. 하이록스를 끝낸 무쇠소녀단 멤버이자 배우 금새록은 “진짜 무쇠소녀단이 되고 싶었다”고 했고, 민호는 “운동하고 집에 돌아올 때 ‘오늘도 뭔가 하나 해냈구나’ 하는 마음이 좋다”고 했다. 50대인 정 대표에게 이 도전은 중년 이후 삶에 대한 목표와 긴장감, 건강한 루틴을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 그는 “아빠도, 아저씨도 여전히 도전할 수 있고 새로운 목표 앞에서 다시 땀 흘릴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나이와 상관없이 움직이고 성장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