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료가 뭐야? 나는 IdH(아이디에이치).” 그러자 “IdH가 숙취에 최고” “나도 그렇다” 등 댓글이 이어졌다. IdH가 뭔지 궁금하다면, 눈을 조금 가늘게 뜨고 멀리서 이를 바라보시길. 국내 유명 배 음료를 영미권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이 ‘IdH’다. 한글 ‘배’가 그들 눈엔 마치 ‘IdH’처럼 보이면서 생긴 일. 미국 남성 잡지 GQ가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에 이 음료의 숙취 해소 효과를 확인하는 실험을 의뢰했다. “술 마시기 전 배 음료를 마신 참가자들은 숙취 증상이 줄고 특히 두통이 현저히 완화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숙취 해소에 가장 진심인 나라다. 배 음료부터 각종 헛개나무 성분의 음료는 물론이고, 오죽하면 ‘해장국’이란 음식까지 있겠는가. 지난 9월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인은 숙취를 매우 심각하게 여긴다”며 “한국 편의점에 들어서면 숙취 해소 음료부터 젤리 스틱, 알약까지 온갖 제품이 가득한 전용 코너가 있다”고 전했다.
이는 서양인에 비해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술이 잘 안 받는 체질인 데다, 회식 자리 등에서 단시간에 폭음하는 문화가 겹치면서 생긴 일이다. 흔히 ‘술이 세다’고 표현할 땐,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ALDH)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의미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 등 동아시아인은 서양인에 비해 이 효소가 부족하다. 서양인들이 술 마신 다음 날 햄버거와 콜라로 해장할 수 있는 건, 동양 사람보다 술로 인한 위의 고통 등이 덜하기 때문.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자연스럽게 발달한 것이 ‘숙취해소제’다. 실제 국내 숙취해소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3500억원(닐슨IQ코리아 조사)으로, 2019년 대비 약 30% 성장했다. 지난 5년간 전 세계에서 숙취해소제를 가장 많이 출시한 국가도 한국(민텔 조사)이었다. 가디언은 “한국에선 일부 (숙취해소) 제품은 ‘필수 소비재’처럼 여겨진다”며 “이젠 이 제품들이 한류의 날개를 달고 세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올 연말, 아무리 좋은 숙취해소제가 있다고 해도 과도한 음주는 역시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