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효능 중 하나는 현실에 없는 무언가를 형상화하여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여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들 못지않게 사랑받은 캐릭터 더피와 서씨는 호랑이와 까치를 연상시키지만, 현실 동물과는 다른 면모를 지닌다. 더피는 눈부신 푸른색 털을 지니며, 서씨는 여섯 개나 되는 눈으로 주위를 살핀다. 이처럼 신비로운 존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상상력과 창의성은 옛 미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3~6세기 신라와 가야에서는 사람·동물·사물의 모양을 담은 토기가 유행했는데, 현재의 우리는 이를 ‘상형 토기’라고 부른다. 이 중에서 새 모양 토기가 가장 먼저 만들어졌는데, 오리처럼 보여 흔히 ‘오리 모양 토기’라고 칭한다. 다른 상형 토기와 마찬가지로 무덤에서 출토된 예가 많아 일찍이 장례 의식과의 연관성이 논의되었다. 특히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기록된 삼한에 대한 내용 중 변진(弁辰)에서는 “큰 새의 깃털을 장례용으로 썼는데, 그 뜻은 죽은 사람으로 하여금 날아오르도록 하고자 해서였다”라는 내용에 근거하여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상징성을 지닌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오리 모양 토기는 경주를 중심으로 조성되기 시작하여 주변 지역으로 퍼졌다. 초기에는 새의 모습이 이상화된 모습을 보이며 시대가 내려올수록 사실적 표현이 두드러진다. 3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울산 중산리의 한 덧널무덤에서 거의 완전한 모습으로 발견된 1쌍의 오리 모양 토기는 이른 시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아랫부분이 넓게 퍼지는 받침 위에 새의 통통한 몸이 올려져 있다. 몸체 이외 부분은 현실의 오리와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목은 길고 가늘며, 머리와 부리는 구분되지 않은 채 곧고 길게 이어진다. 머리 위의 근사한 볏과 귀에서는 한층 더 풍부한 상상력이 발휘되었다. 크고 넓은 볏은 머리 앞쪽부터 목 뒤까지 이어지며, 동그란 귀는 머리 양쪽으로 튀어나온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눈과 부리에서는 유머러스한 표정이 느껴지는 듯하다.
몸체는 오리이지만, 머리와 볏은 말의 머리, 갈기와 유사하여 ‘동국이상국집’ 동명왕편에 등장하는 ‘오리말[鴨馬]’과 연관시켜 이를 ‘오리말 모양 토기’로 부르자는 주장도 있다. 오리든 오리말이든 이러한 동물 형상을 담은 토기는 아무나 소유할 수 없는 특별한 것으로, 이를 소유하고 사용한 사람들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한층 확장된 세계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