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세대는 커피 대신 말차를 마신다. 라테·크림빵·케이크·과자·캔디·초콜릿·아이스크림까지 초록초록하다. 편의점에선 말차 캐러멜 팝콘까지 등장했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이 녹색의 물결은 이제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 10월에는 폭발적인 인기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말차 품귀 현상까지 일어났다. 기후 변화와 관세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말차는 찻잎을 곱게 갈아 만든 가루 녹차다. 다른 차와 마찬가지로 차나무(학명 Camellia sinensis)에서 나오지만 재배법이 조금 다르다. 수확 전 2~4주 동안 햇빛을 가리는 차광 재배 방식을 통해 생산된다. 햇빛 노출을 줄이면 잎 속 엽록소 함량이 증가해 녹색이 한층 짙어진다.

말차는 찻잎을 곱게 갈아 만든 가루 녹차다. 떫은맛이 적고 부드러운 감칠맛과 단맛이 두드러진다. 말차 한 잔의 카페인 양은 커피와 녹차의 중간 정도다. 하지만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이 많이 섭취하면 수면에 방해를 받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맛의 비밀도 여기에 숨어 있다. 보통 햇빛이 강하면 차나무는 테아닌을 재료로 떫은맛을 내는 방어용 물질 카테킨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차광막으로 빛을 줄여주면 테아닌이 카테킨으로 변하지 않고 잎에 그대로 축적된다. 덕분에 말차는 떫은맛이 적고 테아닌 특유의 부드러운 감칠맛과 단맛이 두드러진다. 잎을 우려내고 버리는 일반 녹차와 달리, 말차는 잎을 통째로 마시는 셈이다.

바로 이런 차이가 말차가 사랑받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틱톡·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 입소문도 한몫했지만,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핵심이다. 잎을 통째로 갈아 만들었기에, 주로 수용성 성분만 우러나는 녹차보다 지용성 물질까지 포함한 다양한 영양 성분을 더 많이 섭취하게 된다. 대나무 솔처럼 생긴 차선으로 가루를 곱게 풀어주면 에스프레소처럼 거품이 생긴다. 보기에도 좋고 부드러운 크림 같은 식감도 매력적이지만 영양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말차 속 단백질과 폴리페놀이 만들어낸 거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물성 폴리페놀은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의 손상을 막아주고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일본 연구에서는 말차 섭취가 뇌 기능과 수면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가벼운 인지 장애를 경험 중인 노인 99명을 대상으로 12개월간 진행됐다. 참가자 절반에게는 매일 말차 2g을 캡슐로 섭취하도록 하고 나머지에게는 위약(플라시보)을 준 결과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인식하는 사회적 인지 점수가 개선되고 수면의 질도 나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말차의 테아닌·카테킨·카페인 조합이 뇌 기능 유지와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추측한다. 일부 소규모 연구에서는 테아닌이 주의력, 스트레스 지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말차 한 잔의 카페인 양은 커피와 녹차의 중간 정도로, 적당량의 카페인은 인지 기능 향상, 대사 촉진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커피를 과량으로 마신 뒤 느끼는 두근거림·불안 증상이 말차에서는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여기에는 두 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우선 말차 속 폴리페놀이 카페인의 흡수를 늦춰줄 가능성이 있다. 또는 테아닌이 긴장을 완화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 덕분일 수도 있다. 테아닌은 뇌에서 알파파(α-wave)를 증가시킨다. 알파파는 명상할 때나 집중이 잘되는 편안한 각성 상태에서 나타나는 뇌파다. 말차 속 테아닌이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살리되 두근거림 같은 부작용은 줄여주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은 말차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불안이 심해지거나 수면에 방해를 받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임신 중에도 말차를 마실 수 있지만 하루 1~2잔 정도로 제한하는 게 좋다.

일부에서는 말차·녹차를 자연의 오젬픽(당뇨병 치료제이지만 체중 감량 효과도 있는 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말차에 건강에 유익한 성분이 많긴 하지만 음식에 말차를 넣는다고 해서 살이 찌지 않게 막아주는 효과는 없다. 말차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지만 일반 녹차를 섭취한 사람들이 약간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는 있다. 하지만 1~2㎏ 줄어든 정도로 크게 의미 없는 수준이다. 말차 라테 한 잔의 칼로리는 보통 200~300kcal다. 그러니 맛으로 즐기는 건 좋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체중 증가를 피하기 어렵다는 걸 기억하자.

하지만 위고비·마운자로와 같은 약으로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게 말차가 유용할 수도 있다. 근육 성장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2023년 영양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다. 20대 남성 36명을 대상으로 하루 두 번 말차 1.5g이 들어간 음료 또는 위약 음료를 주고 저항성 근력 운동을 8주 또는 12주 수행하도록 했다. 연구 결과 운동 뒤 다리 근력이 위약보다 말차를 마신 그룹에서 더 많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운동에 따른 골격근량 증가 폭도 말차를 마신 쪽이 더 크게 나타났다. 특히 장내 미생물 변화가 이러한 근력 증가와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구진은 말차를 마시면 스트레스 반응과 피로를 완화하고 장내 미생물 구성을 변화시켜 근육 강화와 성장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말차를 더 건강하게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설탕이나 시럽 등 칼로리를 늘리는 재료를 빼거나 줄이고 말차 가루를 물이나 우유에 타서 마시면 된다. 말차는 가루 녹차인 만큼 다양한 식재료와 조합이 쉽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쓴맛·떫은맛을 줄이기 위해 설탕과 지방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초콜릿·크림 같은 재료가 말차와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흔한 이유다. 시중의 말차 음료나 디저트는 맛을 내기 위해 상당량의 당류가 포함된 경우가 많아 칼로리와 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좋은 말차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고품질의 말차는 선명하고 짙은 녹색을 띠며, 가루가 매우 곱고 부드럽다. 떫은맛보다는 부드러운 감칠맛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말차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제품이어도 마치 녹차를 갈아 만든 것처럼 탁한 녹색을 띤 것들이 있다. 건강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지 몰라도 맛에서는 차이가 크다.

마시는 시점은 언제가 좋을까? 말차는 녹차와 달리 떫은맛 성분이 적어서 빈속에 마셔도 위장에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지용성 물질까지 흡수하려면 공복보다는 식후에 마시는 게 낫다. 커피의 대안으로 긴장을 풀면서 차분하게 정신을 깨우길 원한다면, 점심 식사 후 말차 한잔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