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시즌입니다. 저녁 자리에서 술이 빠지지 않죠. 과음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고, 관련 연구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크게 개의치 않고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이 많은데요. 최근에 새로 나온 연구 결과는 음주 습관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하루에 소주 한 병에 가까운 양을 지속적으로 마시는 사람은 그러지 않는 사람보다 10년 이상 이른 나이에 뇌출혈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입니다.
미국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지난 5일(현지 시각) 소개된 연구 결과인데요. 미국 하버드대 의대 산하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신경과 연구팀이 뇌출혈로 입원한 환자 1600명을 대상으로 음주량과 뇌출혈 발생의 상관관계를 추적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하루 석 잔 이상의 술, 알코올 함량으로 따지면 총 42g 이상을 마시는 사람을 ‘과음자’로 정의했습니다. 이는 맥주 약 3캔(355mL 기준), 와인 3잔(150 mL 기준)에 해당합니다. 한국인이 즐겨 마시는 소주로 환산하면 6~7잔 정도입니다.
조사 대상 가운데 일상적으로 과음을 하는 사람은 평균 64세에 뇌출혈을 겪었습니다. 반면 과음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뇌출혈이 발생할 당시 평균 연령은 75세로 나타났습니다. 11년의 차이를 보인 것입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뇌출혈이 발생한 과음자는 출혈량이 70% 더 많았습니다. 뇌의 깊은 부위에서 출혈이 생길 가능성과 뇌실(뇌의 체액이 모이는 공간)로 출혈이 퍼질 확률도 각각 2배 가까이 높았다고 합니다. 또 과음자는 뇌의 작은 혈관이 손상돼 뇌가 신호를 주고받는 기능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았습니다. 그만큼 인지 기능 저하나 치매, 뇌기능 장애 등으로 이어질 위험도 커지는 거죠.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은 “술에서만 얻는 이 즐거움, 깨어 있는 이들에겐 알려주지 말게나”라고 했습니다. 술을 마시는 사람만이 그 즐거움을 알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문제는 즐거움으로 시작한 음주가 한 잔 두 잔 쌓이면서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잔 속의 술은 우리의 선택과 의지에 따라 친구가 되기도 하고, 우리 자신을 쓰러뜨리는 적이 되기도 합니다. 연말, 오늘의 잔으로 내일의 나를 잃는 일이 없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