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 “다 밀어버리고 피자집이나 지어라”….

지도앱에 별점 1점과 함께 달린 악플이다. 놀랍게도 대상은 무덤이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세조와 왕비 정희왕후의 능인 ‘광릉(光陵)’. 방문했을 때 “걷기 좋다” “풍경이 마음을 맑게 해 준다” 같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도앱의 리뷰난에 난데없이 무덤 주인 욕이 적히고 있다. 단종을 소재로 한 가상의 웹툰이 지난달 공개된 뒤부터다. 웹툰을 본 사람들이 조카를 몰아낸 세조에 대한 분노를 담아 댓글을 다는 것이다.

두 달 전 종영한 드라마 ‘폭군의 셰프’ 방영 기간에는 서울 도봉구 연산군 묘에 대해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조선 최고의 사이코패스” “희대의 또X이” 등. 이 드라마는 연산군을 주인공으로 한 가상의 판타지 드라마다.

광릉의 별점 평균은 1.8점, 연산군 묘는 2.9점. 건전한 비판보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많다. 이런 댓글은 관련 왕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 웹툰이 등장했을 때 집중적으로 달린다.

무덤에까지 악플을 다는 사람들. 무덤뿐이랴. 신호등에도 악플을 단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사거리에 대한 후기란에는 별점 1점과 함께 “초록불이 안 바뀐다, XX”이라는 댓글이 달려 지난 9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까치산에는 “이런 것도 산이라고 이름을 붙이느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밖에도 유머로 그냥 넘겨버리기에는 사뭇 진지해 보이는 댓글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온라인 공간이 감정을 배출하는 통로로 바뀌면서, 일상에서 쌓인 피로감이 역사적 인물이나 무생물에 대한 감정 폭력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익명성 뒤에 숨어 개인적인 화풀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규범 등을 파괴하는 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 전반의 감정 구조와 기술 환경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일종의 ‘디지털 부족사회’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더 자극적인 말을 하게 된다”며 “군중심리처럼 ‘다른 사람이 하니 나도 해도 되겠지’라는 모방 효과가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