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고 계신 작품은 1948년 로버트 리먼이 수집한 것입니다. 생동감 있는 색채와 섬세한 표현, 그리고 인물과 주변 환경의 자연스러운 조화로, 그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귀에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꽂고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 앞에 서면, 차분한 중저음의 해설이 은근한 속삭임처럼 흐른다. 이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배우 이병헌. 이병헌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얼굴을 가린 프런트맨으로 등장해 목소리만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도 악역 귀마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맡은 이병헌은 대표 작품 30점을 직접 설명한다. 녹음 현장에서 그는 단어 하나하나 발음을 스스로 다듬을 정도로 꼼꼼했다고 한다. “한 줄만 읽어도 탄성이 나올 만큼 톤이 좋더라” “전문 성우보다 발음이 완벽했다” 같은 반응이 나왔다. 한양대 불어불문과 89학번인 그는 프랑스어 작품 설명도 완벽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전시 관계자는 “영화 ‘어쩔수가없다’ 관련 해외 일정이 빡빡한 가운데서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라 (오디오 가이드에) 꼭 참여하고 싶다’며 시간을 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아내인 배우 이민정의 외할아버지는 한국화 거장 고(故) 박노수 화백으로, 미술계와 인연이 깊다.
이병헌은 “우리가 마주한 작품에는 빛을 수집한 사람들의 삶과 예술이 담겨 있다”며 “빛을 화폭에 담아낸 화가들의 도전과 빛을 품은 작품을 모아 세상과 나눈 로버트 리먼의 열정이 관객들 마음속에서도 오래도록 반짝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