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좌파 폭주’의 시대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재명 정부가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삼권분립을 무시한 채 대법원장을 ‘조리돌림’하고, 검찰이라는 근대 국가의 중요 기능에는 ‘사형선고’를 내렸다. 검찰의 공소 유지조차 제대로 못 하게 하여 권력형 부정부패에 면죄부를 주려 한다. 더욱이 계약의 자유나 거주 이전의 자유 같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의 핵심 가치는 뒷전이고, 그저 서울 일부 지역 주택 가격 상승 억제에만 집착한다. 도대체 천만이 넘는 서울과 경기 지역 주민들이 왜 사유재산을 거래할 때 일일이 국가의 허가를 ‘애걸’해야 하나? 우리 헌법의 자구 하나 개정된 적이 없는데,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자유민주 대한민국에서 번연히 자행되고 있다.
좌파의 폭주는 좌파에 대한 국민의 지지 폭증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 아니다. 우파가 자폭했기 때문이다. 집권 세력이 극심한 내부 분열 끝에 ‘계엄’이라는 단말마적 비명 속에 무너졌다. 따라서 좌파 폭주의 견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집권 우파 세력의 자폭’이라는 희귀 케이스의 원인 규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원인을 찾기 위해 과거 학부 시절 정당론 수업의 교재로 읽었던 정당론의 고전, 이탈리아 정치학자 안젤로 파네비앙코(Angelo Panebianco)의 ‘정당론: 조직과 권력(Political Parties: Organization & Power)’을 꺼내 들었다. 정당론 분야의 시조(始祖)라 할 수 있는 죠반니 사르토리(Giovanni Sartori)나 모리스 뒤베르제(Maurice Duverger)가 정당 체계의 분류, 정당 유형론, 정당 체계와 선거 체계 간의 관계 등을 천착했다면, 파네비앙코는 정당의 내부 조직과 작동 방식을 이해하려 했다는 점에서 고전적 이론가들과는 다소 결을 달리한다.
파네비앙코에 따르면 정당의 분열은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정당 핵심 당원의 구성에서 신앙인 유형(believers)보다 직업인 유형(careerists)이 많아질 때,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강해진다. 즉, 정당은 분열한다.
신앙인 유형의 당원들은 좌든 우든 어떤 이념적 방향성을 신봉하며, 이를 정당을 통해 정책으로 구현하고자 정당에 참여한다. 이런 유형의 당원이 늘어나면 구심력은 강해지지만, 전체로서의 정당은 자칫 이념적 도그마에 빠지기 쉽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이념적 폭주는 소위 ‘개딸’이라 불리는 신앙인 유형 당원의 과다 증가와 관계가 있다.
반면, 직업인 유형은 이념보다는 이익에 관심이 있다. 정당 활동을 통해 이들은 관직이나 감투를 추구하며, 정책을 통해 이념을 실현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돌아올 실질적 이익을 증진하려 한다. 정당 내부의 자리다툼은 대개 이 직업인 유형 당원들에서 비롯되며, 정당의 지도부까지 올라가는 사람들은 대개 강한 권력 의지를 가진 직업인 유형의 당원들이다. 이들은 정당의 이념적 유연성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너무 많아지면 그 정당은 이념적 정체성을 상실하고 분열한다.
윤석열 정권이 과학기술 예산을 일거에 5조원 삭감하고, 의대 정원을 갑자기 2000명이나 늘리면서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할 자유와 의대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때 국민의힘은 맹종했다. 그러더니 지금 와서는 주택 소유자의 계약의 자유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소리 높여 옹호한다. 과학자와 의사의 자유는 주택 소유자의 자유와는 다른 것인가? 한국의 보수 우파는 말로는 ‘자유’를 외치지만 ‘이념으로서의 자유’에 정말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보수 정당이 지속적인 분열 상태에 빠지게 된 배경에 이렇듯 이념보다는 이익에 따라 권력자에게 맹종하는 직업인 유형 당원의 증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또 하나의 원인은 지지 기반의 성격이다. 정당이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 기반을 가질 때, 그 당은 원심력보다 구심력이 강하다. 개별 당원들이 개인적으로 정당 외부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이념적 가치를 실현하기 어렵고, 또 몇몇 개별 당원들이 이탈한다 해도 정당 지도부에 가해지는 충격이 약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상층 부르주아 계급 중심의 좁은 지지 기반을 가진 정당은 분열하기 쉽다. 개별 당원들이 꼭 정당이 아니더라도 정당 외부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익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치열한 토론을 통해 당의 중지를 모으기보다는 갈등이 생기면 그냥 당을 떠나 버린다. 탈당이 늘어나면 그 정당은 붕괴하거나 혹은 남아 있는 소수 핵심 당원들 주도하에 극단화된다.
파네비앙코의 이론에 따른 보수 정당 재건의 방향성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신앙인 유형의 당원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 직면한 여러 사회 경제 문제에 대해 우파적 이념이 어떤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대중적 지지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노년층, 청년층, 특정 지역, 계급 등에 집착하지 말고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신앙인 유형의 당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좌파의 폭주는 대한민국에 불행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기 때문이다. 우파의 재건 없이는 결국 한쪽 날개를 잃은 대한민국호는 추락의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파의 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