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마다 천차만별인 독감 접종 가격에 값싼 백신을 찾아 헤매는 원정대가 많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광주 북구 보건소에서 독감 백신 수량을 확인하는 모습. /연합뉴스

인천 서구에 사는 30대 초반 박모씨는 이달 초 남편과 함께 만 60세 부모님을 모시고 경기도 의정부시까지 ‘백신 원정’을 다녀왔다. 동네 병원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가격이 3만~4만원대인 데 반해 해당 병원에서는 1만원 초반대(3가·국산 기준)에 맞을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혼자면 몰라도 가족이 4명이니 3만원씩 12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가깝고 저렴한 곳은 재고가 없다기에 조금 멀더라도 다녀왔다”고 했다.

독감 유행 주의보가 지난달 17일 예년보다 두 달 빠르게 발령된 가운데, 값싼 독감 백신을 찾아 전국을 누비는 사람이 많다. 같은 ‘독감 예방’ 백신이라는데 어느 병원은 5만원, 어느 곳은 1만원 안팎. 이러니 무료 접종 대상자가 아닌 이상 저렴한 병원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다. 이유는 무엇이며, 비싼 백신이면 효과가 더 좋을까.

◇평균가 3만8000원… 편차 심해

“가격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죠? 의심스러워요.” 지난달 31일 한 지역 맘 카페에 이런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병원마다 가격이 제각각이다 보니 저렴한 백신을 맞아도 되는지 고민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고민을 하며 조언을 구하는 이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독감 예방접종의 평균 가격은 3만8000원. 통상 백신은 제약사와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국산보다는 수입이, 3가보다는 4가가 더 비싸다. 3가는 바이러스 세 종류를, 4가는 네 종류를 예방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같은 국산 혹은 수입 3·4가 백신이고 제조사까지 같은데 가격 차이가 나기도 한다. 예방접종이 가격 기준과 규제가 없는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수입 독감 백신의 접종 비용을 2만5000원으로 책정했다는 서울 서초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의료 행위 비용을 자체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유행 초입 등 수요가 많고 재고 확보가 어려운 시기, 병원 상황 등에 따라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니 온라인에서는 접종 가격이 저렴한 병원 목록이 활발하게 공유된다. “다른 동네여도 괜찮으니 백신이 1만원대인 병원을 추천해 달라”는 식이다. 지난달 초 “독감 3가 백신을 9900원에 맞고 왔다”며 올라온 한 게시물에는 “XX병원 맞느냐” “사전에 반드시 전화로 재고를 확인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한 50대 여성은 남편과 대학생 딸 등 가족이 총출동해 인천 소래포구역 근처 병원까지 다녀왔다. 그는 “9900원에 잘 맞았다. 맘 카페에서 알게 된 덕”이라고 했다.

◇비싼 백신이 효과가 좋다?

올해 국가 무료 접종은 3가 백신. 예방 가능한 바이러스 수가 많은 비싼 4가 백신을 맞으면 효과가 더 좋을까. 올해의 경우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백정현 우리아이들병원 병원장은 “지난해까지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 2종과 B형 2종을 포함한 4가 백신을 사용했지만 올해는 B형 1종을 제외한 3가 백신을 주로 쓴다”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B형 1종의 바이러스 유행이 거의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3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다만 제외된 계열의 바이러스가 향후 다시 유행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국산과 수입 제품의 차이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국산과 수입 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에는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다만 65세 이상이거나 만성 질환자, 면역 저하 상태 등의 고위험군은 수입 백신 중에서도 ‘고용량 백신’이나 ‘고면역원성 백신’을 권하기도 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 백신보다 항원 함량이 높거나 면역 반응을 끌어올리는 성분(면역 증강제)을 추가한 제품”이라며 “고위험군에게는 일반 백신보다 효과가 높을 수 있다”고 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공급 중인 수입 백신 6개 제품 중 고용량 백신(사노피 ‘에플루엘다’)과 고면역원성 백신(CSL ‘플루아드쿼드’)은 총 두 제품. 대한감염학회는 2023년 발표한 성인 예방접종 개정안에서 고위험군의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국가 무료 백신 접종 대상이더라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굳이 택하지 않아도 된다. 엄 교수는 “고면역원성 백신은 일반 백신보다 3~4배 더 비싸다”며 “건강하거나 젊은 층은 항체 생성 능력이 좋아 비용 대비 효과가 작거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