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외교’란 말이 있을 정도로 음식은 외교의 강력한 무기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요리는 가장 오래된 외교 수단”이라고 했다. “국무장관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상대국 관계자들과 나눈 가장 의미 있는 대화는 식사하면서 나눈 것이었다. 음식을 나눔으로써 우리는 장벽을 뛰어넘어 서로 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다. 다른 이들의 입맛과 격식과 가치를 고려하는 것은 외교의 강력한 일부분이다.”
미식(美食)의 나라 프랑스는 식탁 외교의 선구자다. 나폴레옹 몰락 후 1814~1815년 열린 빈 회의에서 프랑스 외무대신 탈레랑은 ‘세계 최초의 스타 셰프’ 마리-앙투안 카렘을 고용했다. 카렘의 음식을 미끼로 각국 외교관을 식탁으로 불러모은 탈레랑은 패전국 프랑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1939년 영국 군주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조지 6세 부부에게 핫도그를 먹였다. “어떻게 먹어야 하나요?” 핫도그를 처음 본 국왕 부부가 당황해 묻자, 루스벨트는 “한 손으로 들고 다른 손으로 받쳐서 입에 넣고 조금씩 씹어 가면서 삼키면 된다”고 알려줬다. 미국 국민은 조지 6세가 핫도그를 손으로 먹는 모습에 환호했고, 이는 2차 대전 발발 후 루스벨트 대통령이 의회와 국민을 설득해 영국을 지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일본 정부는 해외 정상들을 일본 특유의 손님 접대 방식인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로 환대해왔다. 오모테나시는 ‘겉면’, 즉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의미하는 ‘오모테’와 ‘없다’는 뜻의 일본어 ‘나시’를 합친 말이다. 감추는 것 없이 진심으로 환영함을 드러내기엔 소박하지만 상대가 진짜 좋아하는 음식만 한 것이 없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공식 만찬과 별도로 도쿄 니시아자부에 있는 이자카야(선술집) ‘곤파치’로 초대했다. 미·일 정상이 노타이 차림으로 2층 복도 난간에서 아래층 홀에 있는 일반 손님들에게 손 흔드는 모습은 양국 관계의 긴밀함을 어떤 말보다 강렬하게 보여줬다. 신조 총리는 롯폰기에 있는 로바다야키 ‘이나카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동반 만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