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도 국화빵도 아니었다. 미국 CNN은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세계 50대 빵’을 선정해 발표하면서 한국 대표 빵으로 ‘계란빵’을 꼽았다. 영문명으로는 계란빵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은 ‘Gyeran-ppang’을 썼다. 50국 대표 빵을 뽑으며 알파벳 순(나라 이름)으로 정렬했을 뿐, 순위를 따로 두진 않았다. CNN은 “계란빵은 1인분 크기의 빵에 계란 한 알을 통째로 넣어, 빵 속에 숨겨진 보물이 들어 있는 것과 같다”면서 “서울 길거리의 인기 메뉴이며, (사람들은) 아침 식사 또는 하루 중 언제든지 따뜻하게 이를 즐겨 먹는다”고 했다.
목록 선정을 맡은 페이스트리 셰프(디저트·빵 등을 전문으로 만드는 셰프) 출신 작가 젠 로즈 스미스는 “나라별 다양성을 반영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맛, 독특한 재료, 상징적인 의미, 먹을 때의 소박하고 따뜻한 즐거움을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했다. 프랑스 바게트, 이탈리아 치아바타, 일본 카레빵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실제 계란빵은 붕어빵과 함께 노점에서 만날 수 있는 겨울철 대표 간식이다. 학창 시절부터 계란빵을 즐겨 먹었다는 직장인 김모(38)씨는 “20년 전 고등학생 때 하나에 500원이었는데, 하나만 먹어도 든든해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나면 친구들과 줄 서서 사 먹곤 했다”며 “해마다 겨울이면 그 기억이 나 꼭 먹는다”고 했다.
CNN은 계란빵을 “서울의 인기 메뉴”라고 설명했지만, 계란빵을 처음 판매한 곳은 인천 미추홀구로 알려져 있다. 미추홀구향토문화백과는 “인하대 후문(인천 미추홀구)의 계란빵은 배고픈 학생들을 위해 또 다른 형태의 식사 대용품으로 탄생했다”며 “1984년 11월 처음 문을 열어 100원부터 시작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인하대 학부 출신인 50대 공대 교수는 “30여년 전 학생 시절에는 물론 모교 교수로 돌아와서도 후문 앞 계란빵을 자주 먹었다”며 “학생들에게도 많이 사주고, 가족들에게도 사다 줄 만큼 인기 간식이었다”고 했다.
다만 노부부가 하는 해당 가게는 지난해부터 간헐적으로 영업하다, 올해는 문을 닫는 날이 더 많아졌다. 지난 3일 찾은 가게는 간판은 그대로 유지한 채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인하대 교직원 김모(50)씨는 “다른 계란빵은 흉내도 못 낼 정도로 맛있고 값도 싸 학생들과 종종 먹곤 했는데 문이 자주 닫혀 아쉽다”고 했다.
CNN 보도 이후 국내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계란빵 판매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굽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보관 가능 시간이 짧은 데다, 재료 값이 올라도 길거리 음식 특성상 쉬이 가격을 올리기 어려워 마진이 많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자영업자는 “최근엔 밀키트 형태의 계란빵도 나와 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