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밤, 경기도 일산의 한 고깃집에 7명의 남녀가 들어왔다. 잠시 후 담배 냄새가 진동했다. 실내에서 담뱃불을 붙인 것이다. 바닥에 재를 털고 침까지 뱉으며 흡연을 이어갔다. 식당 측에 따르면, 중국말을 쓰고 있던 이들의 끽연은 1시간 이상 이어졌다. 점주가 “노 스모킹”이라며 수차례 제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영업 종료 이후에도 한참을 머문 무리가 떠난 뒤 식당 화장실에 가보니 변기는 파손된 상태였고 주변은 소변으로 흥건했다.

지난달 15일 낮에는 중국인 3명이 제주 시내의 한 금은방을 털고 달아나려다 공항에서 붙잡혔다. 손님인 척 가게를 둘러보다 황금 열쇠 등 14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도망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일당은 최근 시행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입국 하루 만에 불청객으로 돌변한 이들은 “순간적인 충동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지 마세요” 목소리 커진 이유

지난 4일 중국인들이 즐겨찾는 대표적 관광 명소 서울 명동의 거리 풍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중국인 여행객의 민폐 및 범죄 행각이 잇따르며 ‘관광 소음’이 커지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 성산일출봉에서 담배를 피웠다거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용머리해안에서 용변을 보더라는 등의 목격담이 최근 소셜미디어를 달궜다. 특히 지난 9월 29일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비자 없이도 내년 6월까지 최대 보름간 전국을 누빌 수 있게 되면서 거부감은 확산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9월 한 달 한국을 가장 많이 찾은 외국인은 중국인(50만3000명)이었다.

'중국인 손님은 받지 않는다'고 명시한 서울 성동구 한 카페의 공지(위)와 이에 "업장을 설득해보겠다"고 나선 성동구청장의 소셜미디어 게시글. /인스타그램·X

“미안하지만 중국인 손님은 받지 않겠다”는 카페까지 등장했다. “중국 손님들이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고 이에 한국 손님들은 중국인을 가리키는 비속어를 쓰는 등 카페 내에 갈등이 생겼다”는 게 그 이유. 원활한 영업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 차이니즈 존’ 공지에 발끈한 재한(在韓) 중국인 인플루언서가 비판 영상을 공유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급기야 관할 지자체장이 “업장을 설득하겠다”고 나섰고,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이 접수됐다. 결국 해당 카페는 결정을 철회했다.

여전히 이견이 분분하다. “중국인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론,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옹호론. 직장인 박모(39)씨는 “차별이냐 아니냐를 떠나 정도 이상으로 무질서하면 배려가 힘들어진다”며 “경제적 비중이 워낙 크니 참아오긴 했지만 피해 사례가 속출하면서 관용의 태도가 옅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뜨거운 주제다. 한 네티즌은 “한국인도 외국 가서 몰상식한 행동을 하면 ‘출입 금지’ 간판이 걸린다”며 “누군가 싫어한다면 자기 행실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경기 활성화 對 치안 불안

중국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시작된 지난 9월 29일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중국인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중국인이 몰려오자 돈줄에는 생기가 돌았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9월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고객(101만2368명)이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는데, 회복을 이끈 건 역시 유커(游客)였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만 봐도, 무비자 정책 시행 당일부터 한 달간 중국인 방문객이 전년 대비 90% 늘었고, 매출은 40% 증가했다. 외국인 고객 중 77%가 중국인이었는데, 매출 비율이 무려 86%였다. 놓칠 수 없는 큰손인 셈이다.

그래픽=송윤혜

관광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지속적으로 검토되는 이유다. 무비자 입국에 이어, 운전까지 허용될 전망이다. 지난달 경찰청은 “상대국(중국)에서 발급한 운전면허를 인정하되 입국 시 신고 및 임시 운전 증명서를 신청해 발급받도록 조건을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제네바 도로교통협약 미가입국인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국제운전면허증 사용이 불가하지만, 조건부로 최대 1년간 운전대를 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반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간 누적된 이들의 기행, 시민 의식 수준에 대한 불안감, 사고 우려 때문이다. 2014년에도 중국 관광객의 제주도 내 렌터카 운전 허용이 추진됐지만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는 주민 비판이 쇄도해 무산됐다.

◇푸대접 우려… 몸 사리는 관광객

반중 정서를 의식해 제작된 대만 국적 인증용 배지. /스레드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반중(反中) 정서와 맞물리며 시선은 더 각박해지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이 국내 성인 1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양극화 인식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인상은 부정적 답변(71.5%)이 압도적이었다. 오죽하면 한국 여행을 나선 대만 사람들이 ‘대만 사람이에요’ ‘I am from Taiwan’이라고 적힌 배지까지 구비하는 상황이 됐다. 혹여 중국인으로 오인돼 푸대접 받을까봐 대비책을 세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명동 일대 혐오 집회가 지난해 4건에서 올해 56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며 “K관광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서울병' 관련 영상. 서울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서울병이 또 발병했다"며 "서울병은 신체적 질병이 아니라 심리적 금단 반응"이라는 자막이 흘러나온다. /더우인

과거 ‘노 재팬’ 광풍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과 K컬처에 대한 호감이 여느 때보다 높은 시점인 만큼, 반감은 최소화하고 더 많은 친한파(親韓派)를 확보하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소셜미디어에 ‘서울병(首尔病)’을 호소하며 한국 여행의 아름다운 기억을 공유하는 유행이 확산하고 있다. “길을 헤맬 때 근처의 한국인 아주머니가 도와줬다” “서울은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여행지였다” 같은 고백과 함께 일부는 눈물까지 흘린다. 한양대 관광학부 이훈 교수는 “이들을 배척하는 건 지금껏 우리의 성장 동력이었던 개방성과 수용성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동시에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부끄러운 거울 치료

일본 와타즈미 신사 측이 버려진 한국 담뱃갑을 주워 관광객들에게 금연을 당부한 게시글. /인스타그램

지난 3월 일본 대마도에 있는 1000년 역사의 와타즈미 신사는 ‘신도·참배객 외 경내 출입 금지’ 공지를 내걸었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한국인이 특히 자주 찾는 관광지로, 지난해 6월에도 ‘한국인 관광객 금지’ 조치가 내려진 곳이다. 신사 인스타그램에는 버려진 한국 담뱃갑 사진과 함께 “신사에서는 금연입니다”라는 게시물이 게재돼 있다. 쓰레기를 함부로 투기하고, ‘쪽발이’ 등의 멸칭을 쓰고, 무단 주차가 제지당하자 직원에게 폭언하는 한국 관광객의 행태도 공개된 바 있다. 신사 측은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신사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민도(民度)는 국가 브랜드, 타산지석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지난달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비행기 연착 중 벤치 독점한 한국인 모녀의 민폐’라는 게시물이 소셜미디어를 달궜다.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항공편 탑승구 앞 소파에 신발을 벗고 길게 누운 사진과 함께 “많은 사람이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벤치 5칸을 차지하고 누웠다”며 저격하는 글이었다. “다낭공항만 가도 저런 한국인 많다” “다른 나라 욕할 때가 아니다”라는 반응이 빗발쳤다. “한국에서는 외국인이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하면 싫어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왜 한국인 중에는 외국에 가자마자 왕처럼 행동하는 분이 많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