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내외국인 관광객이 경주 첨성대 주변에 곱게 물든 핑크뮬리와 첨성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어느새 11월입니다. 달력을 넘기면 바로 12월이지요. 11월은 가을의 끝자락에서 겨울의 문턱으로 이어지는 시기입니다. 거리의 표정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갑니다. 나무는 잎을 털어내고, 공기는 점점 차갑게 스며들며, 사람들은 더 두꺼운 옷을 꺼냅니다. 가을의 풍성한 색감이 사라지고 겨울의 쓸쓸한 기운이 번지는 계절의 징검다리 같은 달. 그 사이에서 잠시 숨 고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때가 11월 아닌가 싶습니다. 12월이 되면 세상은 분주해집니다. 송년 모임이 이어지고 연말의 들뜬 분위기에 한 달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갑니다. 반면 11월은 그런 소란스러움과 거리가 있습니다.

11월은 한 해를 정산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하지만 조금씩 마무리를 준비할 때이기도 합니다. 나태주 시인은 11월을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한 해의 끝으로 향하는 이 시점이 되면 문득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고 남은 시간을 헤아리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올해 내가 제대로 한 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이미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동안의 날들이 아무런 의미 없이 흘러간 것은 아닐 겁니다. 중요한 것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가느냐입니다. 12월 31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연초에 세운 계획 중에서 미뤄둔 게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시작은 했지만 일상에 밀려 잠시 손에서 놓았던 일이나 마음속에 두고 있던 다짐이 있다면 다시 꺼내볼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11월은 속도를 조절하면서 삶의 호흡을 가다듬는 달입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불필요한 것을 정리하고, 올해를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도록 남은 날들을 의미 있게 채우는 시기입니다. 큰 결심보다는 작은 실천으로 하루를 보내며, 자신을 다독이고 내면의 균형을 되찾는 시간입니다.

11월의 여유는 멈춤이 아닙니다. 다음 걸음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11월은 화려하지 않지만, 덕분에 분주한 12월이 오기 전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다그치기보다 지금의 순간을 담담히 받아들일 시간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