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화가 이아생트 리고가 1701년 그린 당시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의 초상화. 화려한 국왕의 모습 뒤에 통풍으로 퉁퉁 부은 발이 감춰져 있다. /파리 루브르 미술관 소장

‘태양왕’ 루이 14세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냄새나는 왕이었을 듯하다. 심한 피부병을 앓은 데다 육식을 즐기는 대식가였기에 땀 냄새가 특히 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목욕은 자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유럽에서는 물이 질병을 옮긴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게다가 그는 잇몸 염증을 앓았고 썩은 윗니를 모두 뽑다가 입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었기에 입 냄새도 심했으리라.

베르사유 궁전에서 냄새나는 이는 루이 14세만이 아니었다. 수천 명의 귀족과 하인이 살았고, 방문객으로 매일 북적댔다. 하지만 하수 설비도, 화장실도 없었다. 베르사유에서 향수는 사치품이 아니라 냄새를 견뎌내기 위한 생존 수단이었다.

이 악취의 왕궁 베르사유에서 루이 14세는 향수로 자신의 권위를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조향사에게 “요일마다 다른 향수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평민은 물론이고 귀족들조차 향수를 사용하기 힘들던 시절, 요일마다 다른 향수를 만들라고 한 건 그만큼 힘과 재력을 지녔음을 의미한다.

루이 14세가 매일 어떤 향수를 뿌렸는지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요일별로 장미, 스파이스(향신료), 오렌지 꽃, 튜베로즈(월하향), 벤조인(향수 원료로 사용되는 나무 수지) 등을 쓰지 않았을까 추정할 뿐이다.

그는 자신의 셔츠에 ‘아쿠아 안젤리(Aqua Angeli)’라는 향이 깃들도록 했다. 장미수(로즈워터)에 오우드, 너트메그(육두구), 클로브(정향), 벤조인 등을 혼합해 하루 동안 끓인 다음 재스민과 오렌지의 플라워 워터(flower water·꽃물), 머스크(사향)를 더했다. 지금으로 치면 패브릭(섬유) 향수인 셈이다. 배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런 원료들이라면 충분히 품위 있고 멋스러운 향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루이 14세의 조향사는 매일 왕의 기분과 일정, 계절에 맞춰 왕이 선호하는 향료를 배합해 향수를 만들어 바쳤다. 이런 ‘맞춤 향수’는 곧 프랑스와 유럽 귀족 사회에서 새 유행이 됐다. 오늘날 ‘퍼스널 퍼퓸(Personal Perfume)’의 출발이다. 이제는 절대 권력자가 아니라도 어렵잖게 나만의 향수를 만들고, 날씨·패션·일정에 따라 매일 다른 향수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루이 14세처럼 씻지 않은 몸에 향수를 뿌리면 피부에 남은 땀·피지·세균이 만들어내는 시큼한 냄새가 향수와 뒤엉켜 몸 냄새가 더욱 고약해진다. 향기로운 사람이 되는 왕도(王道)는 향수가 아닌 목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