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내 최대 가을 마라톤 축제인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춘마)이 열리는 강원도 춘천 의암호 일대는 마라톤뿐 아니라 '호반 러닝' 성지로도 인기다. 의암호를 이은 출렁다리인 '춘천사이로248' 등 새로운 즐길 거리가 가을 여행객을 맞이한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가을 마라톤 축제인 ‘2025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조선일보사·춘천시·스포츠조선·대한육상연맹 공동 주최), 일명 ‘춘마’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춘마뿐 아니라 올가을 러닝에, 슬로러닝(slow running) 열풍까지 더해져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 러닝 대회 열기가 그야말로 후끈하다. 춘마의 경우 올해 참가 인원은 2만600여 명으로, 지난 6월 선착순 접수 시작과 동시에 풀(full) 코스와 10㎞ 부문은 빠르게 마감됐다.

특히 춘마가 열리는 춘천 의암호 순환 코스는 마라톤과 러닝 동호인들에게 달리기 성지로 떠오른 지 오래. 러닝화 챙겨 신고 전철 타고 의암호로 발걸음 하는 러닝족도 적지 않다. 달리기 좋은 계절, ‘한강 런’에 이어 ‘호반 런’으로 뜨고 있는 의암호 순환 코스, 호반 둘레길 등 러닝 코스를 따라가 봤다.

◇천·호수·강 절경 무대로 달리는 ‘춘마’ 코스

춘마를 앞두고 춘천 시내 주요 도로 곳곳에선 마라톤 대회를 위해 교통 통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대회 당일인 26일 춘마 참가자들은 춘천 공지천 인조잔디구장에 집결, 공지천교에서 출발해 의암호 주변 주요 도로를 이은 국제 공인 의암호 순환 코스 42.195㎞의 풀 코스, 10㎞ 등 신청 코스를 선택해 달린다.

춘마 대회를 기획·운영하는 스포츠링크 허종수 대표는 “올해는 특히 2030 젊은 러닝족의 참여가 두드러진다”며 “기존 5070 마라톤 동호인에 더해 올해 처음 출전하는 젊은 러닝족의 참여가 대폭 늘면서 이번 춘마는 신구의 조화가 두드러진다”고 했다. 의암호 일대는 춘마를 앞두고 ‘특훈’을 하는 이도 목격됐다.

의암호와 소양강 주변에선 '춘마' 출전을 앞두고 '특훈'에 나선 러닝 동호인들도 보였다. "춘마 10km에 처음 도전한다"는 한림대학교 체육학과 김병욱·박종민씨가 수변 길을 달리고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올해 춘마 10㎞ 완주에 처음 도전한다”는 한림대 체육학과 김병욱(24)씨는 “의암호 순환 코스는 자신만의 페이스를 고려해 2㎞, 7㎞, 10㎞ 등 다양한 코스를 설정해 러닝하기 좋아 매일 나와 뛰고 있다”며 “특히 코스에 따라 공지천·의암호·북한강이 어우러져 있어 달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다”고 했다. 청명한 하늘 아래 공지천에서 시작해 의암호반, 북한강 물길 가까이 가을의 절경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심장 박동을 느끼며 달리는 즐거움은 덤이다.

◇은행나무 아래 가을 운치 ‘공지천 호수공원’

춘마 출발점과 가까이 있는 근화동 ‘공지천 호수공원’은 러닝족들에게 경포호수 둘레길, 속초 해맞이공원 해안 산책로와 함께 흔히 ‘강원 3대 러닝 코스’이자 ‘춘천 인기 러닝 코스’ 중 하나로 꼽힌다. 공지천 조각공원과 호수공원을 아우르는 러닝 코스로 호수·강변·숲길을 모두 만끽하며 달릴 수 있는 복합형 트랙이 3~10㎞가량 이어진다. 여기에 의암호 순환 러닝 코스, 낭만자전거길, 북한강자전거길과 연결돼 있어 장거리 러닝도 가능하다. 춘천역에서 도보 20~30분 거리에 있고, 주변에 화장실이나 음수대 등 편의 시설과 무료 공영 주차장이 잘 갖춰져 있어 서울 및 수도권 러닝족들에게 코스 훈련 장소로도 인기다.

공영 주차장을 이용할 경우 카페 ‘이디오피아 집’ 부근에서 출발하는 게 편하다. 이디오피아 집은 1968년에 문을 연 ‘우리나라 로스터리 카페의 시조새’라 불리는 곳이다. 맞은편엔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관’이 자리해 출발·도착 전후로 여행 코스로 넣어볼 만하다. 공지천 의암공원의 봉황대길에선 은행 터널이 반긴다. 길 초입엔 잡지 ‘개벽’ 발간 등을 통해 일제강점기 민족문화운동에 앞장섰던 춘천 출신 언론인 청오 차상찬(1888∼1946) 선생을 기리는 ‘차상찬 이야기길’ 안내판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차상찬 선생이 나고 자란 춘천 강남동 자라우마을 일대에 이야기를 입힌 길이다.

지난해 말 의암호에 새로 추가된 출렁다리 '춘천사이로248'은 공지천유원지와 공지천 호수공원을 오가는 지름길이 됐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공지천 호수공원'은 은행이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다. 은행나무 터널 아래를 달리는 기분도 색다르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춘천마라톤을 따라가는 ‘춘마 러닝 코스’는 공지천교로 연결돼 있다. 최근 공지천교 부근엔 길이 248m, 폭 1.5m의 현수교인 의암호 출렁다리 ‘춘천사이로248’이 개통하며 볼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춘천사이로248′은 의암호 사이에서 추억을 만난다는 의미를 담은 ‘춘천사이로’에 다리의 길이 ’248′을 조합한 이름이다. 단, 봉황대길 출렁다리에선 달리는 대신 숨을 고르고 의암호와 중도 등 일대 경치를 감상하며 천천히 걷기에 좋다.

◇삼악산 케이블카 지나 10㎞ 완주를 향해

공지천을 오른쪽에, 의암공원을 왼쪽에 두고 뛰다 춘천사이로248 부근을 지나 북한강 의암호 방향으로 나가면 ‘KT&G 상상마당 춘천아트센터’ ‘춘천수변공원’에 이어 ‘춘천삼악산호수케이블카’가 머리 위로 지나간다. 눈앞으로는 카누가 그림처럼 떠다니고 수변 길 주변으론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과 단풍이 달리는 이들을 응원하듯 이어져 달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중도물레길’ 안내판이 보인다면 2.7~3㎞ 정도 달린 셈이다.

'공지천교'에서 러닝 스타트를 끊을 경우 '춘천삼악산호수케이블카 의암호정차장' 부근까지는 2.7~3km 정도다. 러닝 동호인 김병욱씨와 박종민씨가 케이블카 아래 평지 구간을 신나게 달리고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노을 질 무렵엔 케이블카 캐빈에 따스한 조명이 들어와 알전구처럼 반짝인다. 감성 러닝을 즐길 수 있는 시간대엔 맞춰 달리는 이도 하나둘 늘어난다. 반환을 고민할 때쯤 힘을 낼 만한 포인트가 기다린다. ‘송암레포츠타운’이다. 의암호 순환 도로를 달리는 춘천마라톤을 기준으로 할 때 송암레포츠타운을 지나면 5㎞ 지점이 가까워졌다는 뜻. 10㎞ 구간을 달리는 이들에겐 절반의 성공을 알려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러닝 훈련을 하는 초보의 경우 고저가 있는 도로보다는 호반길(수변길)을 택하는 게 달리기에 수월하고, 덜 지루하게 느껴진다. 송암레포츠타운 뒤편의 호반길은 낭만자전거길과 겹친다. 자전거는 물론이고, 유모차·휠체어 이용자도 오갈 수 있는 무장애길이어서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홀로 조용히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숨은 명소이기도 하다. 길이 끝나는 지점쯤에서 ‘의암호스카이워크’와 만난다. 춘천의 명물이 된 소양강스카이워크보다 먼저 생긴 의암호스카이워크는 시내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어 한적하다. 도시 경관인 소양강스카이워크에 비해 삼악산·두름산이 에워싸고 있고 탐방객이 적어 자연 속에 안긴 듯 가을로 물들어가는 산과 거울처럼 산을 품어낸 호수의 풍경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다.

'송암레포츠센터'부터 '의암호스카이워크'까지 이어진 '낭만자전거길'은 러닝족에게도 소문난 코스다. 의암호를 최대한 가까이 두고 달리는 맛을 경험할 수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삼악산과 마주한 '의암호스카이워크'는 소양강스카이워크보다 규모가 작지만, 호젓함을 만끽하며 조용히 의암호를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슬리퍼 착용 필수!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의암호스카이워크를 지나면 내달려온 호반길은 끝난다. 오솔길 따라 이어진 ‘옛경춘로’는 춘마 공식 코스인 의암호 순환 도로에 속한다. ‘의암피암터널’을 지나 의암댐 부근 ‘신연교’를 건너면 ‘박사로’ 코스로 진입이다. 의암호 순환 도로 5~15㎞ 구간은 삼악산과 의암호를 사이에 두고 절경 속을 달릴 수 있어 춘천 러닝족들 사이에서도 ‘명품 러닝 코스’ ‘춘마 백미 코스’로 유명하다. 의암호 물길 너머 붕어섬, 하중도, 상중도가 시야에서 원근감 있게 펼쳐지는 풍경은 덤이다. ‘한림대학교 연수원’쯤에 다다르면 춘마 10㎞ 지점 부근이다. 이어 평탄한 길을 계속 달리면 뻐근해진 다리를 풀며 쉬어갈 만한 의암호 전망 카페들이 하나둘 등장한다. 이어지는 북한강쉼터, 박사마을 길,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을 지나 신매대교까지 내달리면 비교적 쉬운 길을 따라 마라톤 하프 코스 정도 달린 셈이다. 경춘로와 박사마을은 춘천 중앙로를 오가는 버스 등이 다니기에 지치거나 걷기 힘들 경우 버스를 타고 의암호와 북한강 경치를 감상하며 ‘드라이브스루’ 해도 돼 부담 없다. 춘마 풀 코스는 ‘신매대교’ 반환점을 통과해 70번 지방도를 따라 ‘서상대교’ ‘춘천댐’ 부근 ‘춘성교’ 등을 거쳐 공지천 인조구장에서 비로소 완주 마침표를 찍는다.

◇하중도생태공원, 춘천대교 야경 보며 ‘뒤풀이’

‘소양2교’를 지나 소양강스카이워크가 보이기 시작했다면 40㎞ 지점과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골인 지점인 피니시 라인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양강스카이워크 주차장 부근의 ‘전망 루프’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노약자도 쉽게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다. 건물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자전거쉼터’로 변신한 곳이다.

소양강을 내려다보기에 좋은 '전망루프'. 높지는 않지만, 층을 오르내리며 춘천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개방 공간인 '전망루프'에서 보이는 '소양강처녀상'. 소양강스카이워크와 춘천 아파트숲은 물론이고 일대 촘촘하게 이어진 산 능선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2~3층에선 받침돌 5m 포함 높이 12m의 여인상인 소양강처녀상, 소양강스카이워크 등이 네모난 프레임에 담긴 풍경을 볼 수 있다. 달리는 이들도 눈에 들어온다. 전망루프 앞 스카이워크 출입로를 통하면 공지천 수변길까지 자전거로도 오가기 수월하다.

춘마 40km 부근인 의암호 순환 도로를 달리다가 지루하면 '전망루프' 건물 아래쪽으로 난 스카이워크 출입로(토끼굴)를 통해 수변 길로 내달릴 수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조용히 가을 운치 흠뻑 느끼고 싶다면, ‘하중도생태공원’을 눈여겨볼 일이다. 북한강, 의암호의 섬 중 하나인 중도는 한때 유원지로 이름 날렸다가 ‘레고랜드’가 들어서며 선사유적지 보존 문제를 두고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하중도 남쪽에 자리한 생태공원만큼은 잔잔한 물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쉬어가기 좋게 꾸며 놓았다. 호수 풍광을 담아낸 액자 포토존을 비롯해 탐방 덱이 마련돼 있어 한 바퀴 둘러보기 편하다. ‘춘천대교’를 통해 차로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해가 지면 춘천의 밤을 빛으로 수놓는 야경 코스도 지나칠 수 없다. ‘소양강스카이워크’와 춘천대교는 강변길 따라 도보 20여 분 거리에 있어 오가며 감상해 볼 수 있다. 소양강스카이워크도 아름답지만, 춘천대교 야경도 뒤지지 않는다. 55m 높이의 원형 주탑이 뿜어내는 불빛이 마치 경계를 오가는 문, 블랙홀 같다. 일몰 후부터 10시 40분까지 매시 정각에 교각에서 뿜어내는 분수 쇼가 볼만하다. 지난해 말 의암호반의 새 명소로 추가된 ‘근화 수변 문화광장 숲’도 최근 야경 명소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이다. 춘천 러닝의 뒤풀이는 기승전 낭만. 불빛이 더욱 선명해질 때쯤 수변 산책로를 천천히 걷다가 신발 끈을 동여맨다. 다시, 일상을 향해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달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