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런, 포켓몬런, 댕댕런….
바야흐로 달리기의 계절이 시작됐다. 추석 연휴 마지막이었던 지난 주말(11~12일), 제주도 서귀포부터 서울 광화문까지 전국 곳곳에선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 17개가 열렸다. 이번 주말에도 이틀간 대회가 26개 예정돼 있다. 러닝 붐과 함께 관련 대회가 급증하면서다. 업계에선 국내 러닝 인구를 10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마라톤 동호인 사이트인 ‘마라톤 온라인’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개최되는 마라톤 대회는 494건이다. 지난해(394건)보다 100건 늘었고, 2021년(248건)과 비교하면 2배로 많아졌다. 마라톤 대회는 코로나19 이후 최근 5년간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대회가 늘어나면서, 준비 안 된 대회로 인한 문제도 생기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A마라톤 대회 10㎞ 부문에 참가한 김모(24)씨는 원래 배정받은 것과 다른 그룹에 섞여 뛰었다. 출발 지점에서 그룹별 집결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라톤 대회는 평소 자신의 달리기 속도나 목표 시간에 따라 그룹을 나눠 배정하고, 출발 시각도 달리한다. 병목 현상을 막고, 사람이 몰리며 생길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김씨는 “출발지에 제대로 된 안내나 통솔하는 사람이 부족해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결국 여러 그룹이 마구 뒤섞여 출발했고, 인파가 과하게 몰리면서 아예 주로를 이탈해 뛰거나 걸어가야 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대회가 끝난 뒤 메달을 받을 때에도 사람들이 몰리면서 대기 줄이 30~40분 이상씩 이어지기도 했다. 다른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실망스러운 대회였다” “하마터면 사고 날 뻔했다” 같은 불만이 나왔다.
지난달 열렸던 B마라톤 대회 역시 운영 미숙 논란에 휩싸였다. 친환경 마라톤을 이유로 종이 배번표를 배부했지만, 땀이 많이 나는 장거리 달리기 특성상 일부 배번표가 찢어지거나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짐이 바닥에 방치됐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보통 마라톤 대회는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른 경우, 출발지에서 지정된 차량에 짐을 실어 도착지에서 찾을 수 있도록 짐 보관소를 운영한다. 이 대회에 참여했던 직장인 송모(36)씨는 “완주를 하고 돌아와 보니 짐들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더라”며 “참가자들이 일일이 자신의 짐을 확인해 찾아야만 했다”고 했다.
C 마라톤 대회에선 도로 통제 시간을 빠듯하게 잡아, 늦게 출발한 후발 그룹의 참가자가 달리는 시간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컷오프(중도 탈락)되는 일이 있었다. 컷오프된 참가자들 사이에선 환불 요구까지 나왔다.
마라톤은 42.195㎞의 거리를 달리는 육상 도로 경주다. 그러다 보니 대회가 아니면 평소에는 제대로 된 마라톤 경험을 하기가 어렵다. 아마추어 러너들이 굳이 돈을 내고 대회에 나가는 이유다. 러너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마라톤 대회는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마감될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하다. 문제는 러닝 열풍을 타고 해마다 새로운 대회가 늘어나지만, 그만큼 준비가 미흡한 대회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대회 중 상당수는 올해 처음 열린 대회였다.
러닝 열풍으로 대회 문턱이 낮아진 만큼, 참가자들도 기본적인 대회 매너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개최된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던 박모(38)씨는 “초반 1~2㎞ 구간부터 뛰다가 갑자기 멈춰 서는 참가자가 많아 부딪칠 뻔한 일이 많았다”며 “결승 지점에 안내 요원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인증샷을 찍는다면서 결승선 부근에 머무르는 참가자가 많아 위험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힘들어서 걸을 땐 주로 옆으로 로 가고, 결승 지점에선 빨리 빠져주는 등 다른 참가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