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은 조선 시대 결혼한 성인 남자들이 갖추어야 할 예복 중 하나다. 원래는 햇볕·비·바람을 가리기 위한 실용적인 모자였지만 주로 양반의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용도로 사용됐다. 고려 시대 서민들이 즐겨 쓰던 패랭이에서 유래해 조선 시대에는 양식미를 갖춘 공예품으로 발전했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에 나오는 갓보다 혜원 신윤복이 그린 갓이 훨씬 풍채가 있어 보이는데 이는 시대 상황과 유행이 반영된 것이다.

갓은 한자로는 흑립(黑笠)·칠립(漆笠) 등으로 부르는데, 검게 칠하고 옻칠을 해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갓을 만드는 과정을 ‘갓일’이라고 한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말총을 작은 쇠갈고리처럼 생긴 바늘로 정교하게 엮은 뒤 먹칠을 해 ‘총모자’를 만든다. 대나무에서 뽑은 죽사(竹絲)로 만드는 경우는 ‘죽모자’라 부른다. 레코드판처럼 생긴 차양 부분인 양태는 대나무를 삶아 쪼개고 문질러 뽑아낸 머리카락 굵기 실로 이은 뒤 다시 명주실 등을 덧입혀 옻칠을 한다. 완성된 총모자와 양태를 인두질과 아교칠·먹칠·옻칠을 반복하면서 조립해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갓을 만드는 일이 입자다. 다 합해서 총 51개 과정을 거쳐야 갓 하나가 완성된다. 그만큼 정성을 들여야 섬세하면서도 견고한 갓이 만들어지는 것.

박창영 선생은 “과거 예천의 갓방에서는 네 명이 앉아 분업했다”며 “양태를 제외한 모든 과정을 혼자 하다 보니 갓 하나 만드는 데 서너 달이 걸린다”고 말했다. 갓 만드는 기술은 매우 복잡하고 정밀해 습득하는 데만 10년 이상이 걸린다. 기능 보유자로는 입자장에 박창영·정춘모, 양태장에 장순자, 총모자장에 강순자 선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