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모(34)씨는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체코 프라하를 거쳐 독일 베를린까지 8박 9일간 유럽 여행을 간다. 박씨는 “10일 하루만 휴가를 쓰면 여행을 갔다 온 후에도 하루 쉬었다가 출근할 수 있다”며 “여름이나 겨울이 아닌 가을에 유럽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설렌다”고 했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빈부 격차가 있다. 추석은 매년 음력 8월 15일이다. 여기에 앞뒤 하루씩을 더한 3일간이 공식 추석 연휴다. 해마다 이 시기가 토·일요일, 인접한 공휴일인 개천절(10월 3일)이나 한글날(10월 9일)과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실제 연휴 기간이 달라진다. 유럽까지 다녀올 수 있는 ‘긴 연휴’가 되기도, 양가 부모님을 찾아뵙기도 빠듯한 ‘야박한 연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올해는 개천절부터 한글날까지 일주일 동안 연휴가 이어지고 10일 하루 연차를 내면 최장 열흘을 쉴 수 있어 ‘연휴 풍년인 해’로 불린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일 부산 김해공항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최근 10년간 추석 연휴를 분석해 보니, 연휴 길이는 최소 나흘에서 최장 열흘까지 최대 6일 차이가 났다. 2015년의 경우 토·일을 포함한 나흘 연휴였다. 추석이 일요일이라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가 공식 연휴, 여기에 화요일이 대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다. 추석이 목요일이었던 2016년은 토·일을 포함한 닷새 연휴. 2017년은 개천절과 한글날이 모두 이어진 데다, 임시 공휴일까지 지정되며 열흘을 쉬었다. 이후 휴일 수는 2018·2020·2021·2024년이 5일, 2019·2022년은 4일, 2023년은 6일로 10년 평균 휴일 수는 5.3일이었다. 내년은 어떨까. 추석이 금요일이어서 임시 공휴일이 따로 지정되지 않으면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 연휴다.

추석 연휴만 오락가락하는 게 아니다. 어린이날·부처님오신날·현충일·광복절·성탄절 등과의 조합에 따라 연휴가 매년 들쑥날쑥하다. 이에 따라 ‘요일제 공휴일’ 도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요일제 공휴일은 3·1절이나 8·15처럼 날짜 자체가 중요한 기념일이 아니라면 공휴일을 특정 날이 아니라 특정 요일로 지정하는 제도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요일제 공휴일을 연구한 한국인사행정학회는 “한국의 공휴일은 해마다 일정하지 않아 근로자들이 예측 가능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며 “연속된 휴일을 보장하면 근로자 복지는 물론 내수 시장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요일제 공휴일 도입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 등은 날짜 지정 공휴일과 요일제 공휴일을 둘 다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충일은 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재향 군인의 날’은 날짜의 의미를 살려 1차 대전 종전 기념일인 11월 11일로 지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