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걸그룹 헌트릭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걸그룹 헌트릭스가 BTS를 넘어설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부른 ‘골든’은 빌보드 ‘핫100’에서 6주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음악 팬들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아니고서는 이들을 꺾을 수 없을 거라는 농담을 한다. 다른 수록곡들도 ‘핫100’ 5위(소다 팝)·6위(유어 아이돌)·10위(하우 잇츠 던)에 올라 있다. 폭넓은 대중이 큰 폭으로 움직이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성과다.

여느 인기 OST가 그렇듯 영화 스토리와의 시너지를 먼저 거론할 수 있다. ‘골든’은 수치심과의 절박한 대결 앞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는 주제가 공감대와 함께 벅찬 해방감을 안긴다. 주인공들에게 감정 이입해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노래에 가슴 설레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저승사자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가 부른 ‘소다 팝’도 그렇다. 이 노래를 즐길 때는 자신을 약간 내려놓아야 한다. 극 중 인물들이 ‘소다팝’에 빠지는 순간은 마술적이면서도, 유치해 보일 정도로 코믹하게 묘사된다. 관객 역시 이 간지러운 매력에 사로잡히려는 자신과의 갈등 앞에서 자존심을 내려놓게 된다. 초인적 능력을 지닌 주인공들도 굴복하는 싸움이니까. 그 패배는 재미있고 유쾌한 것이니까. 그리고 노래를 들을 때마다 동기화의 기억은 살아난다. 가벼운 즐거움에 자신을 내맡긴다는, 팝이 줄 수 있는 궁극적 가치의 순간을 재현하도록 말이다.

악령계 저승사자들이 꽃미남 그룹으로 변신한 ‘사자 보이즈’ /넷플릭스

노래 자체의 힘도 분명하다. ‘골든’의 비트가 잦아들면서 등장하는 모티프(“I’m done hidin’, now I’m shinin’ like I’m born to be”)는 빙글빙글 맴도는 듯한 아르페지오(여러 음을 동시에 내는 대신 한 음씩 차례로 이어 부르는 방식)로 치달아 오른다. 이어 폭발하는 후렴은 그야말로 찬란한 고양감을 쏟아붓는 듯하다. 힘을 가득 실은 반복, 아찔한 고음, 빠른 리듬으로 미끄러지는 서정, 단호한 확신과 의지의 선언으로 꽉 차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다는 듯 앞의 모티프를 다시 끌어와 이번엔 한층 밝은 색채감과 더 높은 고음으로 반복한다.

‘소다팝’ 역시 청량미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훅 들어오는 힘, 귀여운 활기, 사근사근한 다정함 등 새로운 ‘맛’을 끝없이 들이민다. 이제는 정립된 K팝 작법이자, 그것이 우수하게 구현된 예다.

특이한 점은 이 노래들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영어 위주의 가사에 중요한 대목마다 한 번씩 한국어를 툭 던져 넣는다. 어찌 보면 기존 K팝에서 주요 대목을 영어로 처리하는 것을 거울에 비춘 것 같기도 하다. K팝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색함을 주지 않으면서도 ‘뭔가 K팝스러운 느낌’을 유지한다. 결국 이 노래들은 외국에서 제작된 K팝 소재 영화라는 작품의 특성을 닮아 있다. K팝이 주는 가장 매력적인 순간들을 조금은 글로벌 팝의 시선에서 포착하고 있다. 그것이 대중과 더 큰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