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걸그룹 헌트릭스가 BTS를 넘어설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부른 ‘골든’은 빌보드 ‘핫100’에서 6주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음악 팬들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아니고서는 이들을 꺾을 수 없을 거라는 농담을 한다. 다른 수록곡들도 ‘핫100’ 5위(소다 팝)·6위(유어 아이돌)·10위(하우 잇츠 던)에 올라 있다. 폭넓은 대중이 큰 폭으로 움직이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성과다.
여느 인기 OST가 그렇듯 영화 스토리와의 시너지를 먼저 거론할 수 있다. ‘골든’은 수치심과의 절박한 대결 앞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는 주제가 공감대와 함께 벅찬 해방감을 안긴다. 주인공들에게 감정 이입해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노래에 가슴 설레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저승사자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가 부른 ‘소다 팝’도 그렇다. 이 노래를 즐길 때는 자신을 약간 내려놓아야 한다. 극 중 인물들이 ‘소다팝’에 빠지는 순간은 마술적이면서도, 유치해 보일 정도로 코믹하게 묘사된다. 관객 역시 이 간지러운 매력에 사로잡히려는 자신과의 갈등 앞에서 자존심을 내려놓게 된다. 초인적 능력을 지닌 주인공들도 굴복하는 싸움이니까. 그 패배는 재미있고 유쾌한 것이니까. 그리고 노래를 들을 때마다 동기화의 기억은 살아난다. 가벼운 즐거움에 자신을 내맡긴다는, 팝이 줄 수 있는 궁극적 가치의 순간을 재현하도록 말이다.
노래 자체의 힘도 분명하다. ‘골든’의 비트가 잦아들면서 등장하는 모티프(“I’m done hidin’, now I’m shinin’ like I’m born to be”)는 빙글빙글 맴도는 듯한 아르페지오(여러 음을 동시에 내는 대신 한 음씩 차례로 이어 부르는 방식)로 치달아 오른다. 이어 폭발하는 후렴은 그야말로 찬란한 고양감을 쏟아붓는 듯하다. 힘을 가득 실은 반복, 아찔한 고음, 빠른 리듬으로 미끄러지는 서정, 단호한 확신과 의지의 선언으로 꽉 차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다는 듯 앞의 모티프를 다시 끌어와 이번엔 한층 밝은 색채감과 더 높은 고음으로 반복한다.
‘소다팝’ 역시 청량미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훅 들어오는 힘, 귀여운 활기, 사근사근한 다정함 등 새로운 ‘맛’을 끝없이 들이민다. 이제는 정립된 K팝 작법이자, 그것이 우수하게 구현된 예다.
특이한 점은 이 노래들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영어 위주의 가사에 중요한 대목마다 한 번씩 한국어를 툭 던져 넣는다. 어찌 보면 기존 K팝에서 주요 대목을 영어로 처리하는 것을 거울에 비춘 것 같기도 하다. K팝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색함을 주지 않으면서도 ‘뭔가 K팝스러운 느낌’을 유지한다. 결국 이 노래들은 외국에서 제작된 K팝 소재 영화라는 작품의 특성을 닮아 있다. K팝이 주는 가장 매력적인 순간들을 조금은 글로벌 팝의 시선에서 포착하고 있다. 그것이 대중과 더 큰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