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까치 호랑이·김밥·낙산공원 등 지극히 한국적인 것을 소재로 한다. 그러나 일본 소니그룹의 미국 자회사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을 주도하고, 넷플릭스가 공동 투자와 독점 유통을 맡았다는 점에서 ‘재주는 K콘텐츠가 부리고 돈은 해외 자본이 쓸어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논란 안으로 더 깊게 들어가면, ‘과연 케데헌은 K콘텐츠인가’ 하는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글로벌 거대 자본이 제작과 유통을 맡아 나온 결과물을 과연 우리 것이라 부를 수 있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K’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릴 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김교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한국에서 제작도 하고 돈도 지원해서 만든 완성품, 즉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만 한국 문화 콘텐츠라는 인식은 이제 좁은 시야일 수 있다”며 “한국 문화가 주류에 편입돼 세계적으로 소비되고 자연스럽게 물결쳐서 퍼져 나가는 현상 자체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케데헌은 한국적인 것을 소재로 인류 보편적 주제를 끌어내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K콘텐츠의 저력을 입증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국 콘텐츠 수출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케데헌을 보고 전 세계 사람들이 서울을 ‘핫한 곳’으로 인식하고, 한식을 먹고 싶게 만든다”며 “이처럼 문화적 소프트 파워가 높아지는 건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다만 문화 강국 도약을 위해선 글로벌 지식재산권(IP) 확장 전략 고민은 여전히 필요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17일 ‘2025 세계 지식재산권자 상위 50’ 명단을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국은 32곳, 일본은 7곳이 포함됐다. 외국 자본에 종속되는 흐름이 가속되면 한국 콘텐츠의 다양성과 질적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 평론가는 “이제는 단순히 콘텐츠를 납품하는 단계를 넘어 IP를 확보하는 게 한국 문화 산업이 해결해야 할 숙제”라면서도 “한국의 문화적 소프트 파워가 높아지면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