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선 뜻밖에 중·러 정상의 ‘불멸의 대화’가 주목받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인간의 장기(臟器)는 지속적으로 이식될 수 있다. 불멸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금세기에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며 화답한 사적 대화가 생중계된 것. 두 사람은 72세 동갑이다.
영생과 회춘에 대한 인류의 열망은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기원전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아 백방으로 신하를 보냈고, 중세 유럽의 연금술사들은 불사(不死)를 가능케 한다는 ‘현자의 돌’을 좇았다. 불로의 명약을 찾는 연구는 현재도 활발하며, 최근 가장 흔히 쓰이는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이 노화 관련 연구에서 주목받고 있다. 불법 혹은 탈법의 경계에서 ‘자가 진단 복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
직장인 송모(43)씨는 최근 ‘태국 직구’로 메트포르민을 공수했다. 한 알에 150원꼴. 대부분의 당뇨 환자가 복용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방이 필요한 약이다. 송씨는 “안티에이징과 다이어트, 항암 효과까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결혼을 앞둔 회사 후배와 함께 구매했다”며 “반짝 효과는 모르겠지만 영양제라 생각하고 먹는다”고 말했다. 다이어트가 목적인 후배는 “간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외국계 회사 임원인 임모(51)씨는 2년 가까이 메트포르민과 NMN(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을 복용하고 있다. 임씨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미국 지인들이 모두 이 약을 먹기에 일단 별생각 없이 따라 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꽤 유행인 거 같더라”고 말했다. 그 역시 별다른 기저 질환은 없지만 ‘당뇨 예방’과 ‘안티에이징’을 위해 먹는 것.
실제 메트포르민이 당뇨 치료 외에 여러 부가적인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여럿 보고됐다. 영국 카디프대학이 2014년 18만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당뇨 환자가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생존 기간이 15% 증가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68~81세 메트포르민 복용자 4만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메트포르민이 치매·심혈관 질환·암·노쇠·우울증 확률을 상당 수준 낮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메트포르민의 노화 방지, 암 예방 효능과 관련한 임상시험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노화의 종말’에서 “노화는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고 강조했는데 그가 실천하는 노화 치료 요법도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에 메트포르민과 NMN, 라파마이신 섭취가 포함됐다.
미국 신흥 부자들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해커(biohacker·생물학과 의학, 첨단 기술을 동원해 자신의 몸과 생체 기능을 향상시키려는 사람)’의 요법에도 메트포르민이 등장한다. 15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 목표인 미국의 기업가 브라이언 존슨(48)은 매일 영양제 54알을 먹고 연간 각종 생체 실험에 200만달러를 쓴다. 2023년엔 17세 아들의 혈장을 채취해 자기 몸에 주입해 논란을 불렀다. 그가 공개한 영양제 목록에도 메트포르민과 라파마이신이 올라 있다.
국내에서도 메트포르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부민병원 박억숭 응급의료기관 과장은 “저속 노화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당뇨 환자도 처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까지 검증된 효과만으로도 건강에 도움이 되고, 앞으로 비타민 먹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30대 이상 성인의 40%가 ‘당뇨 전 단계’인 것을 감안해 보다 폭넓게 메트포르민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강건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는 “메트포르민이 항노화 약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의약품 해외 직구’는 불법이고, 약물 오남용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서울대 조영민 내분비내과 교수는 “메트포르민은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대사가 안 되는 약물이기 때문에 신장이 안 좋은 경우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장민수 대변인은 “관세청 등과 협업해 해외에서 들여오는 경우는 적발해 차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