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7일 당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제도 개선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폭력, 대학 입시 불이익이 걱정되시나요? 이미 받은 조치를 처분 취소, 기록 삭제로 바꿔 드립니다.”

온라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른바 ‘학폭 전문 변호사’ 광고다. 최근 학폭 전문 변호사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배경에는 2026학년도(2023년에 고1인 학생부터 적용)부터 학교폭력 가해 처분 이력이 모든 대학의 모든 입학 전형에 반영되는 입시 제도 변화가 있다. 학폭 조치의 대입 반영이 실제로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교육 현장에서는 “부작용만 많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달 말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28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 사항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2028학년도부터는 내신이 현행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면서 학폭 조치의 파급력이 더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학폭 가해자의 대입 문은 좁아졌지만…

학생부 위주 전형에만 반영되던 학폭 조치가 정시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된 배경에는 2023년 ‘정순신 사태’가 있다. 당시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지명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폭으로 전학 처분을 받고도 서울대에 진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이에 정부는 2023년 4월 학폭 이력을 모든 대입 전형에서 반영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다만 반영 방식은 대학 자율에 맡겼다.

실제로 많은 대학이 학폭 가해자의 지원 자체를 제한하거나 감점하는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고, 일부 대학은 정시에서도 강력한 기준을 세웠다.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1호 조치(서면사과)를 제외한 2호(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이상 학폭 조치를 받은 학생은 수능 만점을 받아도 총점을 0점 처리하기로 했다. 한양대·중앙대·이화여대는 8호(전학)나 9호(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은 지원 자체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실제 학폭이 줄었을까. 교육부가 16일 공개한 2025년 1차 학폭 실태조사(전수조사) 결과, 작년 2학기부터 조사 시점(4~5월)까지 학폭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한 고등학생은 0.7%(약 7500명)였다. 2023년 0.4%, 2024년 0.5%에 이어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종로학원이 지난 5월 발표한 학교 알리미 공시 자료 분석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전국 고등학교 학폭 심의 건수는 2023년 5834건에서 2024년 7446건으로 27.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효과는 의문, 부작용과 회피 전략은 늘어

대책이 나온 직후에는 “통쾌하다” “남의 인생을 망쳤으면 자기 인생도 망해 봐야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회사원 김모(49)씨는 “명백한 학폭이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지만, 분명히 억울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며 “공부 잘하는 아이를 시기해 학폭 가해자로 신고하는 등 학폭 신고를 무기화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현장에선 가해·피해자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현 제도가 예방이나 교화가 아닌 처벌에만 치우쳐 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징계 회피 전략이 이미 마련돼 있다는 것도 문제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결정 이후 가해자들은 흔히 집행정지 신청과 취소 소송을 택한다. 변호사들 사이에선 기본 전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 학폭 전문 변호사는 “1심만 6~8개월, 항소와 상고까지 하면 2년 넘게 끄는 건 식은 죽 먹기”라며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사실상 입시에도 영향이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역으로 학폭 신고하는 ‘맞폭’도 요즘 유행하는 전략이다. 학교폭력 피해자인 고(故) 박주원양의 어머니는 한 인터뷰에서 “(학생부) 기록을 안 남기려고 돈과 권력을 가진 가해자 부모들이 어떻게든 시간 끌기를 할 것”이라며 “피해자의 회복 없는 보여주기식 대책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교사 출신인 나현경 변호사(법무법인 진수)는 입시에 관심 없는 학생들에겐 제어장치가 되지 못한다는 점, 지역·학폭위마다 처분 수위가 다르다는 점, 중간 수준 징계까지 입시 불이익을 주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문제로 꼽았다. 나 변호사는 “학폭 문제를 학교 안에서 초기에 중재할 교사 권한과 보호 장치가 복원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 중동고 교장을 지낸 이명학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학생이 학교폭력을 저지를 때 ‘이러면 대학 못 갈 텐데’라는 생각을 하겠느냐”면서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설령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 뒤라도 법원에서 학폭 사실이 확정되면 입학을 취소하는 식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입시 중압감과 학업 스트레스 같은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고, 갈등을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학교의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