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젊은 층은 아메리카노에 밥을 말아 먹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화면

‘밥메리카노’.

‘밥’과 ‘아메리카노’를 합친 말이다. 밥 먹은 다음 아메리카노 마시는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아메리카노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이다. 이 낯선 조합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영상에서는 데운 즉석밥과 얼음, 아메리카노를 한 그릇에 담고 “졸리고 입맛 없을 때 (먹는다)”라는 설명을 붙였다. 조회 수는 960만. 수백만 조회 수의 비슷한 영상이 줄을 잇는다.

반응은 나뉜다. 먹어 본 적 없는 이들은 “당황스럽다”. 먹어 본 이들은 대체로 “뭐야, 이거 생각보다 맛있잖아?” 커피 특유의 구수한 맛이 보리차를 연상시켜 의외로 이질감이 덜하다고 한다. “숭늉 같다”며 배추김치나 깍두기·멸치볶음을 곁들이는 사례도 있다. 녹차에 밥을 말아 고명을 올려 먹는 일본 오차즈케와 흡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언어에서도 드러나는 한국인의 밥 사랑. 만나면 “밥 먹었니?” 안부를 묻고 헤어질 땐 “밥 한번 먹자”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밥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음식을 밥과 함께 먹는 시도가 끊임없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콜라에 밥을 막아 먹는 ‘콜라 밥’. 잊을 만하면 누군가 “맛이 궁금하다”며 도전하고, 그 장면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곤 한다.

음료뿐만이 아니다. 카레맛 과자 ‘비29(B29)’를 먹어본 후 “짭조름한 양념이 많이 묻어 있어 밥이랑 먹어도 괜찮겠다”며 실제로 이 과자를 잘게 부숴 카레 가루처럼 밥에 뿌려 먹는 사람도 있다. ‘스윙칩 오모리김치찌개맛’은 한때 밥에 비벼 참기름을 뿌려 먹거나 부숴서 주먹밥 재료로 넣어 먹는 방식이 인기를 끌었다. 그 밖에도 고추장 맛, 데리야키 맛, 짬뽕 맛, 구운김 맛 과자처럼 밥반찬 맛을 떠올리게 하는 디저트는 어김없이 실험 대상이 된다.

밥과 낯선 음식의 조합은 온라인에서 관심을 끌려는 의도에서 시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런 ‘레시피’를 올리는 사람 중에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가 많다. 조회 수를 올릴 수 있는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문가들은 “밥 중심의 음식 문화와 비비고, 섞고, 말아 먹는 데 익숙한 한국인의 식습관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빵을 선호한다고 해도 나고 자라며 밥을 먹어 온 한국인이기에 가능한 발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