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연속으로 ‘아무튼, 주말’에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등장했습니다. 지난주 ‘고명환의 고전 읽기’에서는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라는 주인공 산티아고 노인의 말에서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의지를 읽었습니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 주인공인 나민애 서울대 교수는 김종삼 시인의 ‘어부’를 좋아하는 시로 꼽았습니다. 이 시에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라는 구절이 나오는데요, 그다음 이어지는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구절은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품는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람들이 ‘노인과 바다’를 찾는 까닭은 단순히 고전이어서가 아닐 것입니다. 삶의 본질적 조건, 곧 시련과 맞서는 현실이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큰 파도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복잡한 외부 환경과 경제적 불확실성,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수많은 문제가 쉼 없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노인’과 ‘어부’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시련 속에서도 끝내 붙잡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희망과 의지입니다. 시련은 거센 물결이 돼 예고 없이 몰려오기도 하고, 어렵게 잡은 청새치를 빼앗으려는 상어처럼 집요하게 우리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 잡은 성취가 물거품이 되고 결과가 기대와 달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이 패배하지 않습니다. 그 믿음이야말로 불확실한 시대를 건너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버팀목일 것입니다.
희망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이어가는 노력, 오늘 다시 한번 일어서려는 결심, 내일을 향한 작은 도전 속에 깃들어 있습니다. 마침 가을을 맞아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글판이 새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최승자 시인의 ‘20년 후에, 지(芝)에게’ 속 구절이 걸렸습니다.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고단하고 지치는 삶일지라도 하루하루 힘내서 이어가다 보면 아름다운 결실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서로 응원하며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자는 가을의 메시지가 오늘 우리에게 더욱 깊숙이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