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로에서 시속 300㎞ 풀가속, 잠수교에서는 광란의 드리프트….
다음 달 12일 서울 도심에서 초고속 자동차 경주 ‘F1’을 맛볼 수 있다. 올림픽·월드컵에 버금가는 인기 스포츠 F1을 도심에서 시연하는 이벤트 ‘F1 쇼런(Show run)’이 열리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 레이싱팀이 초청돼 굉음의 질주를 선보인다는 소식에 팬들은 들끓었다. 행사 주최사 피치스 측은 “지난달 초 선예약 공지 일주일 만에 4만5000여 건의 신청이 접수됐다”며 “다양한 자동차와 함께하는 페스티벌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중 일반 예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한국에서 F1 쇼런이 열리는 건 13년 만. 국내 첫 F1 개최지, 그러나 기반 부족으로 완패한 ‘영암’의 눈물 이후 한국이 국제 모터스포츠 무대와 다시 연결되는 상징적 스타트로 평가받는다. 그 배경에는 끓어오르는 F1의 인기가 있다. 올해 시즌 7까지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본능의 질주’ 공이 컸다. 단 스무 명의 드라이버만 오를 수 있는 꿈의 무대, F1 서킷 안팎의 스토리와 인간적 영욕에 팬층이 확 넓어진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에 매료돼 국내 대기업 레이싱팀 마케팅 담당자로 이직한 김지현(36)씨는 “드라마 같은 박진감에 빠져들면서 진로까지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스포츠, 다소 난해한 룰 등의 진입 장벽은 대중문화 콘텐츠가 허물고 있다. F1 현역 수퍼스타 루이스 해밀턴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 ‘F1 더 무비’도 큰 역할을 했다. 노장 브래드 피트가 신인과 팀을 이뤄 F1 우승을 쟁취하는 감동 서사. 지난 6월 개봉해 현재 한국에서만 동원 관객 500만명에 육박했다. 이제 눈길이 ‘진짜 경기’로 향하게 된 것이다.
중계도 본격화되고 있다. OTT 업체 쿠팡플레이는 2022년 중계권을 확보해 전 경기 생중계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7월에는 ‘F1의 성지’ 실버스톤에서 열리는 영국 그랑프리 국내 첫 현장 생중계를 선보이기도 했다. “작년과 올 시즌 개막전 지표를 비교하면 시청자 수가 2배 이상 뛰었다”고 했다.
경제 효과 수조 원. 대회 유치전도 다시 불붙었다. 이번엔 인천이다. “공항과 항만, 고급 호텔 등 인프라에 수도권 접근성도 뛰어나다”며 최근 사전 타당성 조사를 시작했다. 다만 아시아는 이미 상하이·스즈카·싱가포르가 개최지에 포진해 있고, 1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 방침을 밝힌 태국도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비관론이 적지 않다. 인천시 관계자는 “무리하게 경기장을 짓는 것보다는 모나코처럼 시가지 도로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며 “올해 말 조사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사업 설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