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꽂는 블루투스 이어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 선(線) 없는 자유를 맛보니 예전에는 이거 없이 어떻게 살았나 싶다. 단점은 한 손에 쏙 들어가는 크기라 어디론가 사라지기 쉽다는 것.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없어진 이어폰은 찾기 어렵다는 걸. 본인이 어딘가 흘렸더라도 찾기 어려운데, 누군가 훔쳐 갔다면 나와는 인연이 끝난 것이었다.

위치 추적 시스템이 본격 도입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작년에 잃어버린 에어팟 찾았어요!” “제 이어폰이 왜 일본 바닷가에 있을까요”…. 애플이 4월 서비스하기 시작한 ‘나의 찾기(모바일 기기 위치 추적)’ 기능을 활용해 스스로 절도범을 잡는 사례가 속속 들려오고 있다. 이 기능은 분실된 이어폰 위치를 지도에 표시하고 신호음을 울려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기기가 꺼져 있어도 근처 다른 애플 기기를 통해 위치를 찾는 기능도 일부 작동한다.

최근 인터넷에서 ‘477㎞ 추적기’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제주도에 사는 A씨는 한 달 전 제주에서 잃어버린 에어팟 프로가 부산역에서 켜졌다는 ‘나의 찾기’ 알림을 받았다. 그가 에어팟과 떨어진 거리는 477㎞. A씨는 그길로 비행기를 타고 부산 연산동으로 향했다.

애플의 '나의 찾기' 기능을 이용해 제주도에서 잃어버린 에어팟을 부산에서 찾아낸 사례가 회자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비행기가 부산에 내리자 에어팟과 거리가 20㎞로 줄어들었다. 지하철 연산역 근처의 한 건물 부근에 이르자 방향까지 표시되며 신호가 강해졌다. A씨는 휴대전화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마침내 한 식당 앞에서 거리가 0.5m까지 좁혀졌다. ‘바로 근처’라는 알림도 떴다. 거리가 가까워지니 에어팟에서 기계음이 났다. 식당 안을 살펴보던 A씨는 마침내 창가 테이블에 놓인 에어팟을 발견했다. 누군가 그의 에어팟을 갖고 있다가, 주인이 찾고 있음을 눈치채자 버려두고 자리를 뜬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경찰에 에어팟 이동 경로를 작성해 제출하고 절도범을 추적 중이다.

B씨의 사연은 이렇다. 회사에서 에어팟을 잃어버린 그는 ‘나의 찾기’에서 분실 신고를 했고, 위치를 추적해 충남 공주를 거쳐 세종, 경기도 광명으로 움직인 것을 확인했다. 그 후 경기도 안성으로 주소가 옮겨져 같은 주소에서 계속 사용했는데, 주소를 검색해 보니 2층짜리 다세대주택이었다. B씨는 “이 정도면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경찰에 신고했고, 며칠 후 담당 형사의 연락을 받고 함께 안성으로 찾아갔다”고 했다.

다세대주택을 돌며 신호가 가까워지는 곳을 찾았는데 어느 호실 앞에서만 반응이 달라졌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집에 그의 에어팟이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의 에어팟을 쓰고 있던 사람은 페이스북으로 구매했다고 한다. 그 전 사용자는 번개장터에서 샀다고. 경찰이 영장을 받아 번개장터에서 확인한 결과, B씨의 에어팟을 훔쳐 간 사람은 그와도 잘 아는 회사 동료였다. 절도범은 사과 문자를 남기고 퇴사했다. B씨는 60만원에 합의했다. 물건을 찾기 위해 연차 낸 날의 일당과 정신적 피해 등을 감안한 액수였다. 에어팟 가격도 포함했다. 에어팟의 최종 소지자가 불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어서 B씨에게 돌려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 3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약 두 달 반에 걸친 과정이었다.

최근 이탈리아 베네치아 여행 중에 ‘나의 찾기’ 기능으로 가방을 털어 간 10대 소녀 소매치기범을 잡은 미국인 관광객 사례도 화제가 됐다. 애플은 2010년 이런 기능을 내놨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부터 활성화됐는데 이후 에어팟 절도·횡령 고소 사건이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삼성전자 제품도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갤럭시 워치 등을 찾을 수 있는 ‘스마트싱스 파인드(SmartThings Find)’ 기능이 있다.

길 가다 주운 걸 함부로 써도 점유 이탈물 횡령죄가 될 수 있다. 착하게 삽시다.